언제나 선택은 어렵기만 하다. 얼마 전 봤던 프로에서 선택에 말하기를,
인생은 B와 D 사이에 C라고 했다.
B= BIRTH / D=DEATH C= CHOICE
글을 쓰는 이 짧은 순간에도 여러 번의 선택을 한다.
지금 글을 쓰는 게 맞을까? 아니면 다른 걸 할까?
회사에서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위원들이 말하는 사항을 옆에서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이렇게 적을 것을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옛 생각이 났다. 외부 평가를 자주 다니시던 교수님이 생각이 났고,
교내 프로그램 면접을 볼 때 그 교수님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왜 좋아하냐고 했던 교수님이 기억났다.
뭐라 말을 했었는데, 기억이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이 기억에 남는 건 그 후에 일 때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서였을까. 욕심이 났던 건 사실이었는데. 그날 말을 너무 길게 한다고 혼이 났다.
학생만 말해야겠냐며.
그 다음 질문에서도 짧게 말한다고 했는데 또 길게 말했다며 혼이 났다.
내가 첫 번째 순서였기 때문에 내가 혼나는 모습을 본 다른 지원자들은 짧게 말을 했었다.
그때 과연 내가 말을 길게 했던 건지, 그렇게까지 면박을 주며 혼이 났었야 하는 부분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수많은 면접을 보면서도 그렇게 혼이 났던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본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났다.
그때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교수님을 다른 사람으로 말했거나, 내가 말을 좀 짧게 했었더라면
내가 그 프로그램에 붙었을까?
내가 학사편입을 준비할 때 가고 싶었던 학교와 그리고 그곳의 행정학과에 면접을 보러 갔었다.
정말 가고 싶었던 학교였다.
면접 대기실은 화기애애했다. 설레지만 좋은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든다.
면접에 들어가니 교수님 두 분이 계셨다.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말에 준비해 간 말을 했다.
"음.. 이건 자기소개가 아니라 지원 동기네요? 이따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먼저 말을 했네요."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하고 입이 딱 붙었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생각해도 잘 말했었다. 행정이 손 닿지 않는 사각 지대에 대한 부분을 공부하고 메우고 싶다고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말하면서도 뿌듯했다.
"그러면 이제 자기소개를 다시 해볼래요?"
그렇게 말을 잘했던 내가.
자기소개라는 말에 입술이 딱 붙어버렸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하루에도 잡생각이 많은 나인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머릿속에 잡생각 하나 남지 않고 그냥 눈부시게 하얗기만 했다. 시간이 멈춘 듯.
공기마저 함께 멈춰버린 그 순간.
결국 그 흔한. 그렇게 쉬운 자기소개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내가 자기소개를 잘 해냈었다면.
"제가 잠시 멍해서 그런데 10초만 시간을 주시면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이라도 해봤었다면. 난 내가 가고 싶었던 그 학교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었을까?
기나긴 계약직 끝에 정규직에 합격했다.
멘토로 선정된 주임님이 우체국을 알려주신다고 함께 가던 길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평상 시면 모르는 번호라 잘 안 받았는데, 그날따라 옆에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죄송한데. 잠시 전화 좀 받을게요.. 여보세요?"
몇 달 전에 넣어둔 다른 공공기관 전화였다.
"결원이 생겨서 그러는데 근무 가능하세요?"
어제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다고 말을 했는데 그쪽에서는 우리 회사에 적합자 같다고 하시면서 계속 물어보셨다. 근무지가 어디냐, 정규직이나, 계약직이냐, 우리 회사가 일하기 더 낫지 않으시겠냐 부터해서 옆에 서 있는 주임님에게 미안할 정도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나 역시도 왜인지 전화를 단번에 끊을 수가 없긴 했다.
"아 예전에 넣어뒀던 곳인데 결원이 생겨서 근무 가능하냐고 연락이 왔네요."
"아.. 잘 생각해봐요."
나중에 그 주임님한테 그때 왜 그렇게 말했는지 물어봤다. 당연히 우리 회사가 좋으니 우리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말을 해줘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를 어떻게 싶게 이야기하냐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였어도 쉽게 말하진 못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뭔가 우리 회사 괜찮아요! 이 정도는 기대하긴 했었는데... 우리 회사는 진짜 괜찮은 걸까...
그때 그냥 갔었어야 했을까…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최종 오디션에 가야 한다며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친하긴 하지만 어딜 같이 갈 정도는 아녔어서 놀라긴 했지만, 친구가 같이 가달라고 해줘서 참 고마웠다. 여의도로 와서 준비하는 친구는 지켜보고 있었는데, 직원 분이 오셔서 나에게 면접을 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저는 그냥 따라와서 준비한 게 없는데요..?"
"그냥 평상시대로 하시면 돼요. 흔한 기회가 아니니까 한번 해보세요~"
역시 나는 거절했었다.
친구를 응원하고 도와주러 온 건데. 면접을 왜 보나 싶어서 안 했는데,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너도 이런 쪽에 관심이 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너에게 같이 가달라고 한 거라고 말해줬다.
진작 말해주지 그랬냐며 모든 의문은 풀린채로 집으로 왔다. 이미 지난 일 후회해서 뭐할까 싶었다.
오디션 봤다고 내가 붙었을까?. 만약 붙었으면 인생이 또 달라졌을까? 그때 열심히 해볼것을 그랬나.
오늘 실장님이랑 밥을 먹다가 이런저런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실장님께서는 “우리는 어쩌면
매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고 하셨다.
"왜 우린 매번 최악을 선택하는 걸까요?"
"그것이 운명이지! 이렇게 되었을 운명!"
"제가 그때 다른 회사 갔었으면 저희 이렇게 밥 못 먹어요."
"어떻게든 만났겠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조금은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왜 그때 말 한마디도 나오지 못했는지. 왜 그때 용기 있게 운명에 맞서 보지 못했는지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후회가 든다.
실장님 말씀대로 그때 나의 선택은 최악이었을까.
그때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었으면 오늘날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안 가본 길과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이 많아진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이라 그런가. 한동안 안 들렸던 퇴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다들 어떤 인생을 생각하며 나갈까?. 난 아직 이렇다 한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일부로 멈춘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시간 속에 그리고 회사 속에 멈춰버렸다.
친구는 40살이 되면 또 한 번의 새로운 인생을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참 멋있었다.
아직 시작을 한 것도,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인생을 생각해보고 영어공부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작은 발걸음이 힘차 보였다. 빨간 불 횡단보도에서 언제 파란불이 될지 바라만 보고 있는 내 앞에, 멋진 차를 타고 파란 불이 멈추기 전까지 달려 나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 파란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며, 그녀는 그렇게 또 다른 선택을 준비할 것이다.
선택의 무게는.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아무것도 모른다.
초콜릿 맛과 딸기 맛이 든 주머니에서 딸기 맛을 골랐을 때 내가 먹고 싶었던 거랑 같았는지, 달랐는지에 따라 선택은 다른 결과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머니에는 어떤 맛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모른 체 그냥 꺼내보기만 하고 있다. 맛있어 보이면 먹어보고, 아니면 그냥 다시 넣어두기도, 혹은 버려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매 순간의 선택에 정답이 있을까? 최악의 선택도 어쩌면 정답일까?
실장님은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기에 그리고 앞으로 네가 겪어야 할 수많은 선택에서 아직도 겪어야 할 어리석은 선택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그런 게 운명이기에 속상해하지 말고 또 다른 선택을 해보면 된다고 하셨다. 실장님에 비해 조금은 어린 나에겐 정말 다가올 수많은 선택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현명하게 옳은 길을 선택할 자신은 없다. 운명의 힘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왜 그랬을까 싶은 순간은 이전처럼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믿고, 아니라면 다신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그 선택도. 그 선택의 결과도 중심에는 나였으면 한다. 그래야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앞으로 내가 개선할 수가 있지 않을까.
가보지 않았던 길과 내가 가진 적이 없는 선택의 결과는 참 궁금하다. 잘 살았을지 아니면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후회하고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선택의 길에서 언제까지 그때 그랬어야 했는 데를 가지고 살 순 없다. 그때 내가 한 선택은 최선이었을 것이다. 어떤 힘이 나를 이렇게 이끌었는지, 아니면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운명도 싫으면 내가 바꾸면 그만일 것이다. 그 또한 새로운 선택이 될 테니까.
참 선택은 매번 어렵고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