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야근이라니.
12월의 첫날답게
매우 추운 날인데 말이다.
왠지 첫날에 야근하면 한 달 내내 야근할 것만
같은 기분 탓에 오늘은 일찍 나오려고 했건만.
실패.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는 겨울이 왔다.
예뻤던 낙엽은
스며든 추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란 잎이 노랗게 빨갛게 변하고
추위에 잎이 말랐다.
시간이 낙엽에 스며들었다.
오늘은 야근이 스며들어서가 아닌,
스며듦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점점 물들어 가다.
얼마 전 회사에서 대리님이랑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전 거기서 두려움에 잠식되었다는
표현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두려움이었는지. 쓸쓸함이었는지.
갑자기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떠한 부정적이고 나쁜 것에 잠식되어
스스로가 힘들었다는 내용이었고.
나 또한 그 부분이
매우 많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인성이 쓰레기인 사람들이
험한 말을 많이 한다.
그러면 어느새 나는 그런 사람인가 싶어 진다.
절대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지 않고, 그런 부분에 무뎌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경계해보자는 대화였던 것 같다.
못된 사람들 같으니.
나중에 꼭 반드시 똑같이 당해 보시기를
간절히 기도할게. 땡!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혹은 불편했던 무엇이 익숙해졌다는 것.
알고 있다면 경계하겠지만.
형용할 순 없이 무서울 정도로 새파랗고 두려운
그 무엇인가 조용히 스며들어
모르는 사이에 나를 잠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천사의 손끝에 닿은 새하얀 깃털처럼
옅음이 살포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어떤 것에서 어떠한 부분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닮아간다는 것이다.
모체가 될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최대한 알아차리고
경계해야 한다.
좋은 것도 경계해야 하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 좋은 것도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나의 변화가 나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라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도,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내가 안 행복한데 남들이 좋다는 게 무슨 소용일까?
어린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가수가 있었다.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면 나의 힘듦은 사라지고,
노래 가사는 나를 위로했다.
매번 새로운 콘셉트의 앨범을 선보이면,
나도 저렇게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수의 노력하는 모습이
나에게 긍정적인 물듦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었다.
그러다가.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상이 되겠지만.
안 좋은 일에 휘말리게 되었고
내가 좋아했었던 그 모든 게 무너졌다.
콘서트를 가며 좋아했던 일.
친구와 그 가수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했던 일.
그리고 그 장소들.
나에게 행복만 스며들게 했던 그 모든 게
깨졌다.
모든 시간이 부정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겠다.
그 가수에 대한 나의 마음도.
그 시간도.
아깝고 후회가 되었다.
그때 친구 말이 생각났다.
“좋았던 시간까지 부정하면 네가 많이 힘들잖아.
좋았던 건 좋았던 거고. 과거의 기억은 그냥 둬.”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의 그 기억 속에.
빛바랜 티켓 속 그 시간 속에 나는 정말 즐거웠다.
그 가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게 변했지만,
나를 일으켜줬었던.
내가 움직였던 나의 힘은 진짜였다.
그냥 그때의 행복했던 나를 두기로 했다.
물들어 간다는 것은
좋고, 나쁨에 대한 나의 명확함을
놓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면
좋았던 기억만 간직했으면.
내가 좋아하는 박효신의 야생화라는 곡엔
이런 가사가 있다.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공유된다는 것
내가 받아들인 그 무엇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스며듦을 줄 수 있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주는 것에 대해 맞춰진 표현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선함이 스며들 수 있도록.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좋은 무언가를 주고 있는지
나와의 공유가 먼저였으면 좋겠다.
오늘 나에게 어떤 즐거움과 좋음을 공유하며
나에게 스며들었을까?
난 8시 10분 전에 퇴근했다는 즐거움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날 기다리고 있는 택배들로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집에 간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