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불안과 걱정은 출근하는 아침에 시작된다. 정확히는 눈부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될 모든 생각거리는 점점 부풀어지고 거대해진다.
왜 아침에는 이럴까 생각하다가, 정정했다.
회사에 출근하는 아침에는
왜 이렇게 언짢은가.
한 번도 설레며 시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바라던 회사 취직이란 업적을 달성하고 가는 첫 출근길에도 우리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과 일 할까? 난 괜찮을까?’
온통 걱정뿐였 던 것 같다.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은 합격했을 그 당시만이지 않았을까. 돈을 받기 위해 그렇게 일을 하고 싶었는데, 돈 때문에 일해야 하는 것이 슬프다고 외쳐보지만 어느새 세수를 하고 옷을 입어본다.
무엇보다 출근길은 여유가 없다.
아침에 3분은 정말 대단한 시간이다. 버스를 타고 못 타고를 결정짓고, 지각의 당락도 결정될 수 있다. 그래서 정해놓은 루틴대로 시작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불안의 서막이 시작된다.
주말을 지내고 출근하는 월요일, 화요일은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여러 상황의 정도가 더 심하다. 거기에 금요일 혹은 전 날 찝찝한 대화를 했거나 아침에 생각나는 회의와 오늘의 일정을 되새겨보면 폭발의 일부 직전이다. 간혹 아주 간혹 급하지 않은^^ 9시 전 업무 메시지는 또 어떤가.
그러기에 음악도 들어보고, 웹툰도 보고, 책도 읽어보는 것이 아닐까. 딴생각을 하다 보면 잊게 되니까. 집중할 무엇인가가 절실한 아침이다. 하지만 우리 다 같이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는 잠시 멈추고 함께하는 것이 어떨까 하며 손 잡고 걸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오늘 친구와 출근길 양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무리한 양보 요청에 몇 번 데었더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양보는 강요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똑같이 요금 내고 탔으며 나도 힘든데, 굳이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뭔가 도움을 줘야 할 상황이라면 지나칠 사람들은 아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르바이트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이상한 사람이 말을 걸며 나를 노약자 석에 앉으라며 내 외투를 잡고 무리하게 끄는 바람에 지하철 바닥에 나뒹굴었다. 왜 이러냐는 외치고 있던 그때 다들 좌석에 앉아서 쳐다만 보던 눈빛을 기억한다. 정말 기어서 탈출하다시피 나왔는데 그 사람이 따라 나와서 모르는 척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난 급히 친구가 여기 와있는 척 출구로 나가며 통화를 했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 그 역을 가는 게 무서웠다.
반면, 지하철 타러 가던 길에 크게 넘어진 학생이 있었는데, 누가 할 것 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학생을 일으켜 세우고, 여기저기 날아간 소지품을 건네주며 안정을 찾아 다시 걸을 수 있게 도와주던 사람들도 기억한다. 지하철 일화는 다들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여러 불편함이 있지만, 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하나는 우리가 시간에 쫓겨 살기 때문이지 않을까.
적어도 이 시간에는 잠을 자야 하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일찍 깨버리면 곧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출근해서 밥을 먹는 점심시간을 지나 퇴근할 때까지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을 넉넉하게 잘 활용해보자는 의미로 “미라클 모닝”이 생겨난 것 같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자기 계발을 하거나, 여유 있는 시간으로 아침의 화가 좀 누그러졌음 한다. 그래서 엄청 꼼지락 거리는 나를 위해 한 15분 정도 일찍 일어난다. 사실은 5시 반에 일어나서 뉴스도 보고,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여전히 5시 50분에 머물러있다. 그것도 좀 피곤해서 2분 후의 알람을 맞췄다. 5시 50분이 한계인가 싶기도 하다.
경기도에 살아서 서울로 출근해야 하니, 아침밥은 필수다. 아침에 뭐가 입으로 들어가냐는 말도 들었지만 약간은 의무감으로 뭐라도 먹어야 거기까지 갈 것 같으니 밥은 나에게 절대적이다. 밥 먹고 나와서 버스를 타던, 지하철을 타던 이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한때는 마음을 다 잡고자 아침마다 엠블랙의 “전쟁이야”라는 노래를 들었었다. 요새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다. 뭔가 잔잔한 노래도 좋지만 파이팅 넘치고 나의 분노를 잠재워줄 청량하고도 기분 좋아지는 시원시원한 노래가 좋다. 그렇지만 아침엔 잔잔하게 평화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차분하게 밝은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도 많았다. 분명하게 갈리는 취향 차이지만, 아침을 극복해보자는 이유는 같을 것이다.
출근길에는 다양한 모습을 마주한다.
각자가 바쁘니 서로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보다는 대부분 무엇인가를 눈으로 보거나 잠을 잔다. 서로가 피곤한 아침이니 웬만하면 서로 건들지 말자는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존재하는 것 같다.
그중 하나는 집 앞 지하철역에서 지정석처럼 다들 타는 출입문 번호가 정해져 있다. 그 번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내적 친밀감으로 반갑기도 하다.
한 때는 지하철 환승할 때 동성의 같은 사람이 항상 내 옆에 앉아서 좋았었다. 아마도 내가 그 사람 내릴 때까지 같은 역을 가니까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동성이라서 그런지 뭔가 험한 길 같이 가주는 친구 같아서 편했었다. 요새는 사람이 많아져서 가끔 어쩌다가 만난다.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알 수 있다.
보통 나의 출근길은 만원 지하철을 타고, 환승해서 가는 길에 운이 좋아 자리에 앉으면 열심히 잠을 잔다. 유독 피곤한 날이면 옆 사람을 슬쩍슬쩍 치는 바람에 놀라서 깨기도 하고, 혼자 깜짝 놀라서 깨기도 한다. 그러다가 기가 막히게 내릴 역에서 눈이 떠져서 잠이 덜 깬 채로 내린다.
또 한 번의 환승해서 가는 길에는 어떻게든 지하철 한번 타보겠다고 달리기도 하고, 기운 없으면 다음 열차를 타겠다고 앞에 끼여가는 사람들을 평안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다음엔 내가 끼여 갈 차례이니 마음의 준비 랄까?
그러고 회사가 있는 역에 내리면 다른 의미로 기분이 나쁘다.
이건 출근길과 다른 기분 나쁨으로 발걸음이 굉장히 느려진다. 혹여나 얼굴만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이면 거의 기어가는 수준의 걸음과 함께 비어있는 카톡창에 뭐라도 적어본다. 혹은 플레이리스트를 점검해본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올라가 우리 팀이 있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항상 그 문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곤 한다. 그 위기를 지나치고, 내 물건으로 가득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편하게 슬리퍼로 갈아 신으면, 그제야 숨이 트인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던 게 사라진다. 이 자리를 앉기 위해서, 그리고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왔다.
나의 자리가 있고,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작은 감사가 아주 짧게 잠시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곧 현실로 돌아오기까지는 3초 정도가 걸리려나?
우리의 출근의 모습은 비슷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그렇게 힘든 길을 나서고,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우리 집에서 쉬는 순간까지. 참 길고 지친다.
회사원뿐만 아닌 저녁에서 아침으로 일어나 오늘이란 시간에 출근하시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사랑을 보냅니다.
여러분 내일도 출근해야 해요. 안녕!
9시 전 카톡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