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언어를 갖는다는 건

표현방식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까

by Something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흐렸다.

별 특별한 일없는 평안한 하루였다. 오늘도 사무실은 가장 시끄러운 나를 제외하고는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린다.


나에게 반가운 메시지가 왔다.

해야만 하는 것들 속에서 지루하기만 한 오후 시간.

그 속에서 숨결 같이 언제나 보고 싶은 내 친구의 메시지가 왔다. 요즘처럼 자주 만나지 못해 얼굴을 보지 않고 온라인의 텍스트로 전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특유의 뉘앙스라고 해야 하나?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게 맞다. 흔히 “웃기네”라는 말도 어떻게 하는 것에 따라 싸움이 날 수 있는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말, 언어는 그날의 우리에 따라서 달라진다.


우리는 정말 다 다른 사람이다.

다른 환경을 살아왔고, 절대 너와 나는 같을 수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표현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원하는 머리 스타일, 화장, 액세서리, 옷이며 신발까지 뭐하나 오늘의 나는 누구와 완전하게 같을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신기한 일이 있었다.

회사에서 나와 결이 같다고 하는 사람을 만났다. 뭔지 모를 끌림이었는지 처음부터 괜히 좋았다.

사실 그분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서로에게 지나가는 사람 1로 기억하며 안면이 없던 시절에 아기 백일이라며 백일 떡이 회사로 왔었다. 그냥 넘어가는 일이었지만, 굳이 게시판에서 핸드폰 번호를 찾아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두근두근.

나를 알까? 괜한 오지랖이었을까. 아가 돌보느라 바쁠 텐데 민폐인가.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반갑다며 떡을 잘 받아서 다행이라는 친절한 답장이 왔었다. 복귀하면 만나자는 말과 함께.

그랬던 우리는 흔히 말하는 MBTI도 같고, 옷 취향이 같아서 같은 옷도 가지고 있으며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참 비슷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무슨 상황에서 만나도 내 마음의 안정을 준다.

한 겨울날이었다.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건조한 사무실에 대형 가습기를 틀었는데, 그날따라 바빴던 나는 그 가습기를 보지 못하고 그 앞을 지나쳤다. 예상된 결과였다.

누구 하나는 저걸 칠 거라는 암묵적인 상황에 비로소 내가 끝을 냈다.


조용한 사무실에 가뭄 날 단비처럼 콸콸콸~ 아주 시원하게 온 사무실 바닥으로 흘러내린 물소리에 가장 먼저 뛰어와서 신문지를 깔아준 이도 그이였다. ‘일을 냈구나.’ 하며 놀라 서 있는 나보다도 뒤편에 앉아있던 그이가 뛰어와서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달려온 사람들이 순식간에 복합기를 밀고 누군가는 대걸레를 짜고, 어느 순간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껏 예민해진 상황에 흔한 말 한마디보다 먹을 걸 하나 가져다주며 뭐라도 먹고 가라앉히라고 한다. 정말 찰떡같이 나의 적재적소를 파악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역시 먹을 것 사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는 사람은 정말 천사다.


내가 “ㄱ”을 말하면, “ㄴ”을 말해도 답이 될 것이고, “ㄱ”,”ㄷ”을 말해도 그이가 말하는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 우린 답을 맞혀가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하는 무엇이든 정답이 되는 관계 같다. 그이의 모든 행동과 말, 모든 언어는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이 무조건 나에게 정답이다.


다르게 살아온 우리가, 사는 곳도 다르고 결혼 유무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다. 말투도 다르고, 생각은 더더욱 다르다. 같다는 말보다도, 다르다는 말로도 채워지지 않는 우리는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각자의 언어로 표현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마음의 언어가 있다.

누구는 작은 선물, 누구에게는 함께한 시간, 누구에게는 따뜻한 말이라고 했다.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나다움을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우리는 정말 다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마음의 향기가 다르고 온도가 다르다. 조화롭게 살기란 그래서 어렵기도 쉽기도 한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누군가는 핸드폰을 보는 것으로 누군가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반복되는 하루에 지치지 않도록 작은 실마리를 잡는 것은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는 그 하나 일 것이다.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것이 하루를 버티게 해 주고 나를 지켜주는 유일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고, 내가 선택한 핸드폰이 있고, 나의 시선을 끄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아무것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싶지만,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시간이 있다. 무언가의 위로가 필요한 나일 때 기억했으면 좋겠다. 사소하게 작은 무엇 하나가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무뚝뚝한 말이 쓰인 메시지에는 나를 향한 그 표현이 있고, 작은 간식 하나엔 힘내라는 작은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신경 쓰지 않으면 놓쳐버릴 그 언어를

알아줄 하루가 되었기를 바라본다.


오늘 나의 마음의 언어는

따뜻한 단어 선택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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