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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Jun 18. 2023

내가 사라지는 마법, 가스라이팅

40대 후반 마지막 정규직 / 팀장 이야기

이제 이 회사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 같다.


매일 출근하여 특정 사람들과,

그 비중이 지나치기엔 너무 긴밀한

한 사람은 직속상사, 한 사람은 특정 팀원.


그들의 예측불허한 소통 방식에

매일 하루하루가 내 기준에 컨트롤되지 못함에

예측될 수 없는 삶을 살며 휘둘리는 내가..

이젠 더 늦기 전에

나를 이곳에서 꺼내야 하는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주말에도 연휴에도

어떻게하면 잘 끝낼 수 있을까

또는 언제 끝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지연되고 있는 일들이 걱정되어

계속 잠을 설치고

계속 회사와 그 두 사람과 관련된 꿈을 꾼다.

악몽이다.


주말에도 일과 분리되지 못한 내 머리는

24시간 풀가동에 숨에 막힌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 걸까.

일을 못한다는 말?


주변에 힘들다고 말을 하면

‘그들이 예의 없고 자격지심이 있나보다“

‘그들이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화를 내주고,

‘내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내가 변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그대로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다.

아, 내가 정말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지난 시간들을 보면 누가 나를 이곳으로

떠민 것도 아닌데, 나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함에 미안해지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자괴감에만 빠지게

사람들에게 휘둘려 버린 지난 언 1년의 시간이

허무하고 아까워서, 억울하고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힘듦이 밀려온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곳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안 힘든다고 한 적이 없다 “고. '5년 동안 매번 힘들다고 했어'라고.

그 긴 시간 동안 40대는 무조건 ‘존버’ 해야 한다는

위로 아닌 위로 또는 불안감이... 그리고

‘참을 인’으로 하루하루 버티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과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같은 일상에서 나를 구원해 주지 못했다.


지금,

내가 알던 나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사라지고 있는 나.

5%라도 남은 걸까.

나는 왜 나 자신을 보호해 주지 못했을까.

왜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이 사람들에게

화내지 못했을까.


지금,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라도

마침표를 찍어야 다시 5%라도 남아있을 때

다시 그려서 나 자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부터 위로는 실장님에게, 아래는 팀원에게

수 없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본인들의 잘못은 1도 없고 오롯이

'팀장님이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부터

팀원이 팀장에게 '답답하다, 화가 난다'라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대드는데, 나는 화를 내지 못했다.

솔직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방이 고소하면 그만이었던 사건을 겪고 나서는

더 이상 팀원들에게 강하게 강요하거나 시키지 못했다.


그저 본인이 느끼기에 아니면,

'팀장님이 애매모호하게

말해서 힘들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주니어도 아닌 시니어 팀원을 데리고

실장님의 애매모호하지만

자주 내려오는 다양한 지시를

또는 후속 처리를 하기 힘들었다.


일을 시키거나 보고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었다.

일을 시키면 할 수 없다는 팀원,

이해가 안 되면 실장님에게

가서 확인하고 와 달라는 팀원...

바쁜 와중에 그걸 또 하고 있는 나.

어느 순간,

내가 팀원에게 뭔가를 보고하는 기분이 든다.


매번 특정 팀원과의 감정싸움도 힘든 와중에

실장님은 실장님 데로 내가 '팀장님이 답답하다' '소통이 안된다'라고 하며

끊임없이 나를 몰아세웠고

나는 실장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정확하게 무엇이 답인지 이야기하지 않은 채

두 사람 다 매일 '내 탓'을 하고 있었다.

내가 변해야 하고, 내가 이래야 하고,

팀장이면 이렇게 해야 하고,

팀장이면 팀원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도 실력이고,

팀장이면 리딩을 해야 하고, 답도 만들어야 하고,

팀장이면. 팀장이면, 팀장이면...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 표정을 짓지 마라. (외모나 지적은 성희롱일 수 있는데,

감정에 휘몰아치는 나는 어디에 신고를 하거나 할 여력도 없었다.)


명확한 지시도 없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일들을 나름 쳐내려고 가져가면

숨이 막히게 해내도 실장님은 말을 바꾸거나,

그 지시가 그 의미가 아니었다며

 '네가 내 팀원들을 고생시킨다,

네가 몇 번씩 같은 일을 하게 한다'며

또 다른 팀장이면 시리즈로 질책을 하셨다.


매일 출근하여 그 두 사람과 말을 듣고 하는 것도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수 많이 오고 갔던 '나를 향한 질책'과

상처의 말들은 너무 많아서, 이제는 기억에 담고 싶지 않을 정도다.

내가 사람들에게 잘 휘둘리고, 화를 안내며 일한다고

알아주는 곳이 직장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업무가 아닌 말투, 표현, 표정,

그리고 그냥 답답하고

짜증 난다는 표현까지 들어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리고 더군다나 가장 가까운 실장-팀장-팀원이라는

사이에서 나는 지난 1년 동안 껍데기 같은,

실장님이 원하는 허수아비 팀장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버텼다는 시간들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그래서 다시 여기에 글을 쓸 때는

다시는 그곳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


나를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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