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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Jan 19. 2023

브런치와 멀어지다

40대후반.다시 팀장 이야기

한 때는 글을 쓰며 힐링을 한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면 머리가 정리되고,

잡생각이 사라져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 몇 달 인생 처음 겪는 일들로

자료를 만들고 어떤 안 좋은 기억과 경험을

글로 복기하며 돌아보는 시간들이

현실에서의 힘든 시간을 더 힘들게 했다.

고통스러웠다.


이번 사건으로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무뎌졌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에 대한 경험은 항상 새로웠고

매번 더 힘들어진다.

안다고 느꼈던 것들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괜찮았던 것들이 비정상처럼 굴곡되는 때.

내가 상대방을 바꿀 수 없지만

나 자신도 멍들어갈 때

신개념 가스라이팅으로 얼룩진 지난 4개월 동안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할지 너무 조심스러웠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내 신고를 당하고

조사를 받고 ‘아님’으로 종결이 나던 시간에도,

먼저 상대방이 신고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 사람이 피해자가 되고 물리적 격리를 하라 하고

나는 참고인이 아닌 가해자처럼 조사를 받고

팀원들까지 조사를 받았다.

당사자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에

나는 밤낮으로 야근을 하면 아님을 ‘증명’하라는

자료들을 제출해야 했고

아무도 문제제기를 삼지 않던 팀 내 업무 조정과

업무 회의 또는 업무 지시/보고 방식이

수습으로 들어온 사람 한 명으로 모든 게

‘비정상’처럼 보였다.


내부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님으로 종결되고

팀원은 수습기간을 종료하고 퇴사했지만

다시 재소를 했다.

회사에서 진행한 조사결과가 불공정했다며.

그래서 난 오늘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벌써 3-4개월이 지난 시점을 다시 복기하고

뭔가 전 팀원이 주장하는 모든 일들이

물론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었을 수 있지만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일을

본인은 상처받았다고 하고 따돌림과 괴롭힘이라고

하는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세부적인 내용은 쓸 수가 없지만

일 때문에도 힘든 시간 속에서

야근을 하면서도 이제는 번아웃보다

가끔 아무런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다 끝내고 싶은 시간이 많았다.


실적에 위 임원에게 쪼이는 자리.

그 와중에 팀원들 육성과 일도 처리해야 하고,

신생팀으로 새로운 아웃풋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감.

업무는 속도지만 아직 잘 따라오지 못하는 팀원들.

그 와중에 팀원들과의 면담, 피드백, 이런 신고들.

뭘 해도 불만이 생기는 팀원들

중재하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팀장의

외로움과 책임감.

그럼에도 네버앤딩 숨이 턱에 차도록 돌아가는 일들.

그걸 같이 해 낸 지난 시간들..

그러나 몸에 병이 나고 혈압이 190을 찍으며

고혈압 약을 복용받았다.


앞으로 사업을 해야 할까.

그 길도 순탄치 않고

그냥 외롭다고 하기엔

모든 것이 팀장 탓이라고 하고

팀장이 모든 걸 책임지라는 목소리가

왜 팀장이어야 하는지

왜 임원은 책임을 지지 않는지

유독 이렇게 힘든 자리에

아래는 팀원들의 샌드백 같은

위로는 계속 업무를 끌어올려야 하는

쳇바퀴에서 나는 인정을 받거나

같이 맘을 나누며 언제까지 잘해 낼 수 있을까

앞으로 간간히 내가 다시 글로 치유받을 수 있을까.

내가 좀 더 밝은 글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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