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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도 유후인처럼 만들어져야 한다.

유후인이 갖고 있는 '조용한 쉼'의 브랜딩

by VIt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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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 마을 '유후인'

2024년 봄, 처음으로 일본의 작은 마을인 유후인이라는 동네를 방문한 적 있다.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게 주목적이었던 여행이라, 예전부터 일본에 가면, 꼭 온천을 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에 겨우 끼워 넣은 유후인 일정이었다. 주변에서 후쿠오카 온천하면, 당연 유후인이라는 추천을 많이 받기도 했다. "왜 모두 이곳을 추천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찾아보니 머물렀던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을 가기 위해선 후쿠오카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30분 정도 굽이굽이 거리는 산속을 달려가야 했다. 가는 시간 동안 한국의 풍경과 다른 일본의 색다른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다 보니, 유후인이라는 동네를 만났다.


KakaoTalk_20250223_155850645.jpg 당시 찍었던 유후인의 날씨

날씨가 조금 흐렸지만 온천의 마을답게 곳곳에서 유황가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약했던 숙소를 가기 위해 한 손엔 캐리어를, 한 손엔 우산과 핸드폰을 손에 쥐면서 구글 지도를 보며 걸었기 때문에 꽤나 힘든 과정이었는데도, 후쿠오카와는 다르게 작고 아담한 마을이 과거 일본 마을의 모습을 잘 보존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동네였다. 후쿠오카는 서울의 서울역 같았는데, 이곳에 오니 정말로 '일본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엄마도 '진짜' 일본에 온 것 같다며 좋아했다. 하루 반나절이면 동네를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고, 이른 저녁시간면 일찍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 후쿠오카와는 다르게 저녁 늦게 돌아다닐 수도도 없었다. 그러나, 후쿠오카와는 다르게 유후인에 머무는 동안 조용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는 3박 4일의 여행 중 처음으로 '진정한 쉼'을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모두 유후인을 추천했던 걸까?


진정한 쉼의 가치를 지역주민들이 만들어내다

유후인은 2024년 기준 약 3만 명 정도의 마을 주민이 살고 있는 일본의 소도시이다. 이 작은 마을은 한때 인구 소멸로 인한 지방 소멸의 위기를 겪을 뻔했으나,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지금의 '조용한 쉼' 온천의 마을 유후인을 만들었다. 실은 일본 온천은 유후인이 아닌, 유후인 인근에 위치한 ‘뱃푸’나 ‘오이타시’와 같은 지방 대도시가 더 유명하다. 뱃푸나 오이타시는 온천을 기반으로 한 관광 산업이 매우 잘 되어 있는 도시로서, 시자체에서 큰 지역 예산을 편성하며 관광산업을 주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그 덕분에 관광객은 편히 온천을 즐기기 위해 대형 리조트부터 다양한 관광상품들을 체험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았고, 뱃푸나 오이타시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단순히 ‘여행’을 '편하게' 즐기기 위해 방문했다.


유후인은 트렌드를 쫒지 않고, 지역주민들만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많은 이들이 '속도'에 쫓겨 한낱 유행을 쫓아가면서 비교의식과 함께 본질에 대한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진정한 본질을 찾기 위해선 '느림'에서 오는 미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유후인은 관광지가 되기보단, '진정한 쉼'을 원하는 이들의 공간이 되어주기로 했다. 대형시설물을 막고, 지역주민들이 다 같이 온 힘을 합쳐 삽을 들고 나무를 직접 심으며 50년 동안 다른 온천도시와 다르게 옛 마을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왔다. 이게 많은 관광객들을 유후인으로 불러일으킨 유후인만의 '브랜드'의 힘이었다.


유후인만이 갖고 있는 브랜딩

현재 유후인은 '온천의 마을'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쉼'으로 브랜딩 된 마을이다. 매년 4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유후인을 찾으며, 그중 4분의 3이 세 차례 이상 유후인의 마을을 방문한다고 한다. 주변에서 유후인을 다녀온 지인들이 '유후인은 꼭 가봐야 한다'라는 말을 했던 이유가 유후인에 한번 방문하면 유후인이 갖고 있는 '조용한 쉼'이라는 가치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유후인에 머무는 동안 한국에도 유후인 같은 동네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동네의 작은 가게 브랜드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딩이 된다면 많은 이들이 방문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었다. 최근 들어 들려오는 '지방도시 소멸'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왜 해소되지 않을까? 왜 우리가 거주하고, 운영하는 동네엔 이와 같은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궁금점이 앞으로 '동네 골목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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