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만들어준 40년의 세월이 담긴 옛날 햄버거
등촌역을 지나 큰길을 따라 작은 골목길에 들어오면 오밀조밀 빌라들이 모여있는 작은 골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골목 한편 가운데 일흔 정도 연세를 드신 할머니 사장님이 간판 없이 40년의 세월을 운영하고 있는 햄버거 가게가 있는데요. 바로 <간판 없는 햄버거> 집입니다. 모든 가게엔 이름을 대신하는 <간판>이 있습니다. 이름이 있어야 사람도 활기가 돋듯, 가게도 이름이 있어야 활기가 생기는데요. 이곳은 단골들이 이름을 붙여주며 활기가 돋아나고 있는 가게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에 찾아봐도 나오지 않지만, 등촌 동네 주민들에겐 이미 알음알음 입소문이 난 햄버거집인데요. 입소문으로 타 지역 고객들도 찾아오면서 고객들 사이에선 <간판 없는 햄버거집>의 새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간판 없는 햄버거집>의 가장 중요한 킥은 바로 '가격'입니다. 야채 김밥도 한 줄에 3,500원 하는 시대에, 이곳은 '치즈+에그버거'가 단돈 3,000원입니다. '착한 가격'을 지키기 위해서 고객이 단 하나 지켜야 할 규칙은 바로 '현금'입니다. 40년 전 그 가격과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 현금만 받고 있다는데요. 프랜차이즈 햄버거 세트에 기본 7,000원 하는 시대에 <간판 없는 햄버거> 집은 같은 가격이어도 햄버거를 2개나 먹을 수 있으니 다들 이곳에 오면 집에 꼭꼭 숨겨두었던 현금을 손에 쥐고 방문합니다.
이곳의 햄버거는 두꺼운 패티를 갖고 있는 미국식 햄버거가 아닌, 오리지널 <옛날 햄버거>입니다. 일반 프랜차이즈 햄버거 들과 다르게 옛날 햄버거는 얇은 고기 패티 한 장, 얇게 썬 양배추, 노릇노릇한 계란 프라이와 담백한 치즈 한 장이 양념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입니다. 가운데 패티를 덮고 있는 양옆의 햄버거빵은 버터로 구운 건지 노릇노릇하면서 고소한 맛이 마치 어릴 적 부모님이 집에서 만들어주셨던 <수제 햄버거>와 맛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주문 즉시 주방에서 뚝딱뚝딱 햄버거를 조리해서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따끈하면서고 군침 도는 비주얼의 햄버거를 바로 맛볼 수 있습니다. 3,000원이지만 크기가 크고 맛도 있어 단골들에겐 알음알음 알고 있는 숨은 맛집중 한 곳이었죠.
<간판 없는 햄버거집>은 등촌동이 최근처럼 개발되기 전에도 운영하고 있는 40년 정도 된 노포 햄버거집입니다. 1980년대부터 장사를 하시면서 여러 가지 메뉴를 선보였지만, 1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으로 가능한 메뉴로 점점 줄여왔습니다. 지금남은 메뉴들이 40년의 세월 동안 살아남은 '어벤저스 메뉴'들이었죠. 이 메뉴들이 지금까지 단골 고객을 이어주었습니다. <간판 없는 햄버거집>에서 판매하는 <옛날 햄버거>는 과거 분식점에서 케첩이나 양배추, 달걀프라이를 넣은 햄버거를 은박지에 넣어 판매하는 햄버거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과거 시절을 떠올리는 추억을 자극하는 비주얼은 손님의 고객의 자갑을 열게 만들었습니다.
분식집에 <옛날 햄버거>를 팔았던 시절엔 대한민국 최로로 프랜차이즈가 된 '달라스 햄버거'집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강원도 강릉에서부터 시작해 수도권, 충정도 등 지방 중소 도시와 군 지역에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였습니다. 지금 <간판 없는 햄버거> 집과 맛도 모양도 비슷한 햄버거가 인기 메뉴였습니다. 그러나 롯데리아의 전국적인 확장세로 영업을 접게 되었고, 현재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자영업의 형태로 전국에 몇 군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달라스 햄버거'가게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곳은 과거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 추억을 회상하여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마케팅은 '향수 마케팅'입니다.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브랜드나 추억은 현재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줍니다. <간판 없는 햄버거> 집은 위치나 접근성도 좋지 않지만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비주얼과 감성을 담고 있어 단골이 이어져 오고 있는 등촌 동네 골목 브랜드 중 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