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은 한국의 패스트푸드입니다.
주말 이른 아침만 되면, 전날 먹은 술로 인해 헛헛한 속을 뜨근한 순대국으로 달래려는 듯, 등촌동의 위치한 한 가게 앞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오며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바로 가양역과 등촌역 사이에 있는 <오복 순대국>인데요. 주말 아침&점심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지친 하루를 푸짐한 순대국으로 술과 함께 달래려는 고객들 덕분에 줄 서는 순대국집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오복순대국> 입구 앞에는 큰 가마솥이 바로 보입니다. 그 안에는 보글보글 돼지 육수가 끓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큼지막한 가마솥에 연기가 펄펄 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매일 맛있는 순대국 한 그릇을 내놓기 위해, 뜨거운 연기와 씨름하면서 하루 종일 육수를 끓이는 사장님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순대국 한 그릇이 배달되었습니다. <오복순대국>의 순대국은 뚝배기에 팔팔 끓인 육수를 넣어, 뽀얀 사골 국물에 머리 고기와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있는 순대국입니다. 돼지 잡내가 나지 않고, 같이 나온 부추와 들깨가루를 넣어서 먹으면 국물은 더욱 담백하고 고소해지는 순대국이라 호불호 없이 모두 좋아하는 맛을 갖고 있습니다. 한 그릇을 뚝딱하고 나면, 말할 수 없는 포만감과 행복감이 느껴집니다. 순대국 한그릇을 싹싹 비우고 나니 뭔지 모를 행복감도 느껴지고요. 수많은 경쟁자가 있는 순대국 전쟁에서 줄 서는 순대국집으로 소문난 <오복순대국>엔 어떤 브랜드 전략이 있을까요?
<오복순대국> 입구 앞에는 가마솥 외에 가장 눈에 띄는 건 큼지막한 문구가 써져 있는 안내간판입니다.
“오복 순대국은 등촌 직영점과 마곡본점, 목동점이 있습니다”
이 안내 문구를 통해 고객들은 <오복순대국>을 맛보지 않아도, 맛있는 집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고객들은 이 문구를 통해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가게들이 많아졌구나~'라는 걸 암시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명 '미투제품'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수요가 많아지면서 시장이 커지기 위해 자연스럽게 유사제품이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과거 1970년대 오리온에서 출시한 초코파이가 인기가 많아지자, 롯데에서 유사제품인 초코파이를 내놓으면서 일명 <초코파이 전쟁>이 시작되었는데요. 초코파이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되면서, 초코파이시장이 커지기 위해 다양한 경쟁자들이 진입하면서 미투제품이 생겨나게 됩니다. 수많은 미투상품 전쟁을 지켜보면서 고객들은 유사품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원조 제품에 대한인기가 많다는 걸 자연스럽게 학습하며 알고 있습니다.
<오복순대국>의 안내 문구는 고객들의 미투제품에 대한 학습효과를 역 이용하면서 단골고객에겐 <진짜> 임을 알림과 동시에 잠재고객에겐 맛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 문구 한 줄과 직접 촬영한 가게 외관 사진은 고객에겐 신뢰가 느껴지는 한 줄이었죠.
오복순대국 메뉴는 2가지 종류로 나눠져 있습니다. 주메뉴인 식사메뉴는 10,000원 순대국(특 11,000원), 13,000원 순대정식, 15,000원 술국이 있고 사이드메뉴인 안주메뉴는 순대한접시 7,000원, 모둠순대 17,000원, 수육 18,000원과 몇 가지 주류들이 있습니다. 고객들이 구분하기 쉽게 주메뉴와 사이드 메뉴를 각기 다른 메뉴판에 적어 걸어두었습니다.
단연, 이곳의 베스트 메뉴는 ‘순대국’입니다. 그러나 가게에서 먹는 고객들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고객들이 3,000원 더 비싼 ‘순대 정식’을 먹는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고객들은 가장 저렴한 ‘순대국밥’을 시키지 않고, 조금 더 비싼 ‘순대 정식’을 시킬까요? 더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 위함일까요? 이 비밀은 바로 메뉴판에 있는 ‘술국’에 있습니다.
술국은 술을 마실 때 곁들여 먹는 탕 음식으로 일반 순대국보다 고기와 돼지 부속물이 조금 더 많이 들어있는 게 특징입니다. 순대국밥과 유사하기 때문에 순대국밥집에서 주로 판매를 하는데 더 많은 부속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보통은 순대국밥보다 조금 더 비싸게 판매를 합니다. <오복 순대국>의 술국도 순대국밥보다 비싼 15,000원입니다.
다시 메뉴판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비교적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중간 지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객은 메뉴판에서 10,000원 순대국과 13,000원짜리 순대 정식만 있다면, 비교적 저렴한 순대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순대 정식바로 밑에 위치한 15,000원 술국메뉴는 중간지점에 있는 13,000원 순대정식이 비교적 적당하다고 느껴지게끔 유도합니다. 이게 바로 메뉴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중간지점을 선택하려고 하는 심리를 이용한 전략적인 메뉴판입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다면 평범한 메뉴도 특별하게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오복순대국>은 몇 없는 메뉴이지만, 비교를 통한 심리학을 사용하여 일반 순대국보다 높은 객단가인 13,000원짜리 순대정식을 판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복 순대국>은 가양역에서 도보 10분, 등촌역에서 도보 15분으로 비교적 외부 유동인구를 중심으로 하는 상권이기보단 <오복순대국>을 중심으로 반경 1km 내외의 주거 및 유동인구로 구성된 상권입니다. 특히,<오복순대국>이 위치한 반경 1km 내의 상권을 분석해 보면 유동인구는 30대의 여성이 많지만,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건 남성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오복순대국은 <남성>을 타겟으로 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남성들의 소울푸드 3 대장은 '1. 돈가스 2. 제육 3. 국밥'이라는 이야기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3가지 음식의 공통점은 '싸고, 맛있고, 간단함'이라는 건데요. 가격대비 저렴하면서 푸짐한 한 끼가 되는 곳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복순대국> 순대국메뉴가 상권 덕분에 메뉴 자체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숨어있었죠. 실제로 <오복순대국>에 방문해서 음식을 먹다 보면, 많은 남성분들이 오셔서 순대국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복순대국>은 줄 서는 맛집이지만 빠른 회전율을 갖고 있습니다. 각 테이블마다의 배치는 혼자 오시는 고객들도 드실 수 있게 작은 2인석 테이블도 배치를 해두었고, 무엇보다 국밥을 시키면 5분 이채되지 않아 나옵니다. 하루 종일 가마솥에 끓인 육수에 미리 준비된 내장들이 언제든 고객 주문이 오면 나갈 수 있도록 <5분 대기조> 역할을 하고 있었죠. 그 덕분에 많은 기다림 없이 순대국을 맛볼 수 있고, 진정한 한국의 <패스트푸드>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