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운의봄 Oct 17. 2022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에필로그)

당신의 결혼 생활은 안녕하신가요?


인물관계도



  가부장적인 남편과 시댁 때문에 힘들어하는 은수, 독박 육아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가다가 보건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인혜, 미모에 반해 결혼했지만 손이 많이 가서 속이 터지는 준호, 남편이 베스트 프랜드인 정은, 딩크족이지만 가끔 흔들리는 정우, 남편의 꿈을 좇아 미국에서 살던 중 온라인에 연재한 소설이 유명해져 소설가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예진, 아이 셋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키우려고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허망한 미진, 잘난 남편 덕보고 살려고 바보인 척했는데 남편의 면허 취소로 남편의 손발이 되어버린 아란, 둘째를 낳다가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태식, 집 밖에서는 예스맨인데 집안에만 들어오면 논쟁 맨 인 형욱, 남편이 큰 병을 앓으며 위기를 겪었지만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는 영경, 남편이 성인 ADHD인 게 분명하다고 믿는 아람, 자신은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불륜 관계인 직장 동료가 있는 은희, 40대 중반에 외국인과 결혼에 깨 볶는 50대 여교사 은진, 남편에게는 불만이 하나도 없지만 과도하게 거리를 좁혀오는 시어머니 때문에 답답한 나경, 자기밖에 모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빠져있는 가람, 잔소리가 심한 아내 때문에 덩달아 잔소리가 심해지고 있는 강우, 이혼 후 혼자 아들을 키우는 미희, 장애를 가진 딸과 같은 대학 같은 과의 동기가 된 경진, 남편과 월급을 합치지 않고 각자 관리하는 정하, 아들이 있는 이혼남과 재혼한, 자신 또한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키우는 은영, 술꾼 아내와 사는 술 한 방울도 못 먹는 남자 휘, 주말부부로 평일에 혼자 육아를 하며 직장에 다니는 선미,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입양을 했는데 5년이 지나 임신한 선아, 애처가가 아니라 애차가와 살고 있는 유경, 덜렁대고 지저분한 아내와 사는 꼼꼼하고 깔끔한 재혁.


 


  이름이 등장한 사람만 여든 명이 넘습니다. 스물다섯 커플과 싱글맘, 싱글대디 이야기 속에서 결혼 생활을 진행 중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이상 배치하려고 했습니다. 여러분 기억에는 누구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남아 있나요? 그 이야기 속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셨나요? 소설을 짓는 내내 저와 함께 사는 남자분을 떠올렸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곳곳에 저를 힘들게 하는 반려남의 습관과 말이 숨어 있음을 고백합니다.  


 


  소설의 제목이 '결혼 생활의 기쁨'도 아니고, '결혼 생활의 슬픔'도 아닌,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그래서 모든 주인공의 결혼 생활 속에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죠. 그런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었으니 부딪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죠. 세상만사 고진감래 흥진비래라고 합니다. 고통을 이겨내면 좋은 일이 생기고 슬픈 일을 겪으면 언젠가 기쁜 일도 찾아오듯 결혼 생활 속에도 기쁨과 슬픔이 적절히 녹아 있고 내가 선택한 배우자에게는 단점만큼 장점도 있다는 것을 저부터 깨닫고 지금 내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다양한 부부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뿌리내린 울타리의 소중함을 찾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어떤가요? 소중함을 찾으셨나요?  


 


  결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이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결혼을 선택할지, 비혼을 선택할지 궁금해집니다. 결혼 10년 차, 이쯤에 와서 결혼 생활을 소재로 소설을 지으며 사랑과 결혼의 본질을 고찰해 보았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결혼 초반에는 사랑으로 살아가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사랑의 감정은 퇴색되고 믿음으로 사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상대방이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두근거리는 감정도 사랑이고, 상대방에게서 더 이상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늘 곁에 있는 공기처럼 당연한 사이가 되어 보고 싶고 설레는 감정이 사라진 대신 상대의 건강을 걱정하고 오래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사랑입니다. 부부 사이에 태어난 자식 덕분에 끊을 수 없는 사슬도 사랑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이 가진 얼굴이 다양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거죠. 내 모습도 변하는데, 사랑이라고 어떻게 그 자리에 처음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브런치에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 7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썼습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좋아지나 봅니다. 30화까지 탈고하고 처음부터 글을 다시 보니 부족함 투성이입니다. 뒤로 갈수록 글이 좋아진다는 것을 독자 분들이 눈치채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요.(눈치챌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참 성장기인 신생아가 그러하듯 1화와 30화의 필력 차가 크더라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인가 보다 하며 너그러이 이해하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다음에는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뜻이지요. 할 수 있는 최선을 이 소설에 담았습니다. 눈 밝은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이 되어 나올지 어떨지 저로써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글이 무르익어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뿌려져도 될 때가 되면 그리 되겠지요. 남은 올해의 시간 동안은 단편 소설을 배우고 쓰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저는 내일도 제 자리에서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하루를 기쁘게 살아가고 있겠습니다.


 


 


-2022.10.17. 행운의봄-

이전 13화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30화-배우자를 믿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