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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Feb 18. 2023

나는 10살 할배견 포메라니안 코코와 함께 산다 - 3

강아지와 함께 살 때 포기해야 하는 것들



우리 식구는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

여행에 반려견이 끼어들면 벌어지는 일들


낯선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코코는 우리 집 막내아들이 되었다. 첫째 딸은 나, 둘째 딸은 동생, 셋째인 아들은 코코 이렇게 말이다. 강아지를 키우는 1년 차까지 정말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중 가장 난감했던 게 바로 여행이다.


우리 식구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 좋아하는 유전자는 외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외할아버지는 자녀와 손자 손녀를 모두 데리고 계곡이나 산으로 가는 걸 좋아했다. 외가댁 식구 모두 모이면 서른 명이 훌쩍 넘어가는데, 외삼촌들과 이모부들이 봉고차를 여러 대 끌고 다니며 자연도 보고 맛있는 삼겹살도 구워 먹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여행을 못 다니다가 우리 자매가 대학을 다니면서 식구끼리 신나게 여행을 다녔다. 여기에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바로 강아지의 존재다. 우리나라는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하기 힘든 나라다. 같이 못 가는 곳이 너무 많다. 식당은 당연히 안 되고 일반 매장에도 입구에 강아지 금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많이 봤다.


우리나라에서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없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


코코와 여행을 가려면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애견 펜션을 가던지 애견 호텔에 맡겨야 한다. 한 번은 동생과 애견 펜션을 검색해 봤다. 가격이 극과 극이다. 아주 저렴하거나 아주 비싸다. 막상 가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아주 저렴한 곳은 시설이 오래되어 낙후되어 딱 봐도 가격이 싼 게 이해된다. 원래 일반 펜션으로 운영하다 시설이 오래되어 애견 펜션으로 바꾼 것처럼 보인 곳이 많았다. 이런 곳은 정말 시설이 안 좋다. 아주 비싼 곳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거나 처음부터 애견 펜션으로 지은 경우다.


두 번째 선택은 애견 호텔이다. 강아지를 애견 호텔에 맡기고 사람들만 편하게 여행을 가는 거다. 호텔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동물병원에서 호텔링을 할 수도 있고, 반려동물 간식과 사료를 팔기도 하고 호텔링도 하는 가게도 있다. 동네와 시설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기준점은 강아지 몸무게다. 소형견은 5kg 미만이 제일 저렴하고 이후 몸무게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올라간다.



여행을 좋아하는 코코가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창 밖 풍경을 보고 있다


코코를 함께 한 혹은 함께하지 못한 요상한 여행법


우리 집은 펜션도 데려가 봤고 호텔링도 해봤다. 강아지를 여행에 데려가는 건 펜션보다 더 불편한 게 존재한다. 바로 식당이다. 식당에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차에 두고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 날이 선선할 때는 괜찮은데 한여름에는 강아지에게 못 할 짓이다. 찜통에 강아지를 가둬놓는 거랑 똑같다. 그래서 우리 식구가 선택한 방법은 따로 들어가는 거다. 보통은 아빠나 내가 번갈아 가며 코코랑 같이 있으면 동생과 엄마가 미리 주문해 놓고 음식이 나오면 부른다. 그리고 먼저 먹은 사람이 나와서 본다.


아빠가 코코와 함께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 하는 짓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냥 차 안에 두고 편하게 먹지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말이다. 이유는 하나다. 코코를 위해서다.

한여름 차 안은 정말 덥다. 당연히 창문을 열어 놓지만 그래도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서 딱 봐도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우리 식구들은 선택을 한 거다. 식당에 따로 들어가고 때로는 코코 때문에 밥을 마시듯 먹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편하다.


같이 못 다니면 그다음 찾는 곳이 호텔링이다. 호텔링은 정말 좋은 곳 아니면 별로 선택하고 싶지 않다. 코코를 대신 돌봐주니까 편하긴 하다. 맡길 때 코코가 먹는 사료와 영양제, 간식만 갖다 주면 알아서 돌봐준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주거나 키즈노트에 올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코코의 표정을 보고 편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동생 결혼식, 우리 가족 해외여행, 장례식이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맡겼다.


도움을 받아 놓고는 선택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집에 오고 나서 코코 상태 때문이다. 내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살고 있으며 돈에 맞춰 보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호텔링만 하면 코코 상태가 안 좋아진다. 우선 털이 정말 꼬질꼬질해진다. 여기저기 뭐가 묻은 것처럼 손에 닿는 촉감이 안 좋고 뭉쳐 있다. 게다가 호텔링만 하고 오면 귓병을 옮아온다. 그래서 집에 데려오면 목욕시키고 귀부터 닦아준다. 결국, 상태가 안 좋아지면 동물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이든 저 집만 있으면 코코는 편안하다


한 번은 정말 저 상황이 싫어서 집에 둔 적이 있다. 그리고 집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하루 한 번씩 들려달라고 했다. 다행히 정말 친한 친구고 코코를 좋아해서 기꺼이 부탁들 들어줬다. 그때는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코코가 걱정은 되지만 친구가 확인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집에 왔을 때 코코 몸 상태도 좋았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게다가 편안한 여행도 포기해야 하며 돈도 많이 쓰게 된다. 우선순위도 사람에서 강아지로 바뀌게 된다. 1년 차, 2년 차, n 년 차를 지나 다양한 상황을 만나며 함께 산 지 벌써 10년이고 어느덧 할배견이 되었다.


할배견 코코는 아기 포메 시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모습을 말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 소장 및 픽사베이,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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