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마도 후르가다를 닮았을지도 모른다

이집트 후르가다

by 첼라

이집트 여행, 한 번도 힘든데 두 번이나 하게 된 이유라면 그건 100% 후르가다 때문이다.

후르가다는 홍해에 접한 이집트 도시인데, 유럽 특히나 독일 사람들이 휴가 지역으로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때 당시 배낭여행자들에게 핫한 곳은 다합이었는데, 원래는 나도 후르가다에 들렀다 다합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계획은 시와에서 사막투어를 하다가 바뀌었다. 1박 2일로 사막캠프에서 하루 자는 투어였는데, 그때 누군가 이야기했다. 다합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고. 그럼 굳이 갈 필요 없지 싶어 홍해 여행은 후르가다에서만 하는 걸로 일정을 바꾸었다.



후르가다 @2007


두 번째 배낭여행부터는 커다란 펜탁스 대신 토이카메라를 가져갔다. 젤리카메라였는데 가볍고 작아서 가방 안에 넣고 다니기 편했다. 굉장히 장난감스럽게 생겼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필름카메라다. 지금도 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image.png 내가 쓰던 것은 맨 오른쪽 초록색


2006년 첫 여행 때는 후르가다에서 2주, 2007년 두 번째 후르가다에서는 한 달 반 정도를 머물렀다.

후르가다 자체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지역에서 친구도 많이 생겼고, 무엇보다 당시 환율로 하루 1만 8천 원의 가격에 아침, 저녁에 포함된 리조트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후르가다 @2007


2006년 처음 후르가다에 갔을 때, 처음에는 매우 저렴한 호스텔에 가까운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매우 저렴하다 보니 많이 낡았고 좁은 방이었지만 그건 그런대로 버틸만했다. 문제는 내가 묵고 난 이틀 뒤인가부터 배수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샤워실의 물이 내려가지 않더니 급기야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가버렸다.

다른 건 몰라도 물이 안 나오는 방에서 머물 수 없다 보니 주인도 예정보다 일찍 체크아웃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고 다른 호텔을 소개해주었다. 그가 소개한 리조트는 프라이빗 비치를 끼고 있는 작은 리조트였는데 아침, 저녁 식사가 포함된 꽤 괜찮은 가격과 시설을 가진 곳이었다.


후르가다는 바다에서 노는 일 말고는 사실 딱히 할 일이 많지 않다. 사막에서 사륜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는 투어 같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나를 비롯한 한국인 일행 언니 역시 그런 것에는 큰 흥미가 없어 대부분의 날을 호텔 프라이빗 비치에 누워서 노닥거렸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원래 묵었던 호텔을 찾아가 놀았다.



핫산 @2006


그 호텔에서 일하는 핫산은 당시 대장금의 광팬으로 우리만 보면 장금아 장금아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호텔에 문제가 생긴 이후로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체크아웃해서 한가했던 탓에 우리는 그와 종일 호텔 앞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한국요리를 가르쳐주거나 하면서 놀았다.


후르가다 @2007


그러다 한번 크게 앓은 적이 있다.

마침 스노클링에 재미를 붙여 온종일 스노클링을 한 날이 있었다. 뜨거운 햇살을 등지고 몸은 차가운 바닷물에 잠긴 상태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병이 났다. 일단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편도가 엄청나게 부어올랐다. 갖고 있는 약을 모두 먹었지만 이틀이 지나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핫산을 찾아갔다. 그는 호텔에 묵었던 캐나다인 의사 여행자를 찾아다 주었고 그녀가 잠시 나를 봐주었지만 그녀도 딱히 약을 갖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더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핫산이 어디선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그가 앞에 타고 내가 중간에 타고 캐나다인 의사였던 여성이 내 뒤에 타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지금 다시 떠올려보니 크지도 않은 오토바이에 셋이 낑겨타고 갔다는 것이 놀랍다.)


이집트인 의사는 열을 재보고 목구멍도 들여다보고는 금방 처방전을 써주었다. 그땐 진짜 많이 아파서인지 기억이 희미한데 그렇게 진료를 보고 나와 핫산은 약국을 들러 약을 사주었다. 먹는 약 몇 개와 목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처방받아 사고 호텔까지 다시 데려다주었다. 캐나다인 의사는 약을 어떻게 먹는지 스프레이는 어떻게 뿌리는지 설명해 주었다. 정신이 없어 지갑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핫산은 끝까지 병원 진료비와 약값을 받기를 거절했다.


너는 내 여동생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거든. 진짜 괜찮아. 돈은 안 줘도 돼.


한국인인 내가 그의 여동생을 닮았을 리가 있나.

짧았어도 그저 친구로 지낸 정 때문이었을 텐데 그때 고마움을 충분히 표시 못하고 온 것이 지금도 너무나 미안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후르가다 @2007


열병을 심하게 앓고 나서 며칠은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덕분에 짊어지고 갔던 책도 읽고 하루가 다르게 맑아지는 바닷물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몸이 좀 나아지고 난 후에는 투어를 나갔다. 그 투어에서 인생 처음으로 바다의 돌고래도 만났다.


돌고래 맞아요.... @2007
후르가다 @2007
후르가다 @2007


언젠가 다시 후르가다를 갈 수 있을까

지금은 아마도 근사한 리조트 도시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갖고 있는 기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핫산을 비롯한 친구들은 그곳에 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꼭 한 번만 다시 후르가다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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