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 대학 도서관
오늘은 하루를 온전히 혼자 보내야 하는 날이다.
동생은 퇴근 후 약속이 있다고 했고, 나는 프라이부르크 시내에 있는 도서관을 가볼 작정이었다.
내가 지내고 있는 동네는 꽤 아름다웠다. 어린이 병원 주변으로 작은 공원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볕이 내리쬐는 아침이나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특히나 아름다웠다.
별거 아니지만 외출할때마다 엘레베이터 앞에 있는 거울에서 한 장씩 사진을 남겼다. 셀카라던가 내 사진을 남기는게 영 어색한 부류 중 하나인데 이때만큼은 의식적으로 찍어보았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 꽤 괜찮은 추억이 되어주더라. 자기 사진 찍는게 어색한 분들도 여행가시면 꼭 도전해보시길.
도서관에 들르기 전에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분위기나 그런 것 보다도 커피가 맛있는 곳에 가고 싶어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
카페 코히라는 작은 카페였는데 신기하게도 김치가 들어간 파니니도 팔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도 나의 선택은 크로와상. 예전에 프랑스 여행을 갔을때도 크로와상을 먹었던 것 같은데 그것보다도 나는 독일의 크로와상이 맘에 들었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셨다. 카페 앞에는 작은 벤치가 두개 놓여져 있었는데 해가 본격적으로 들이치기 전 아침 시간에 이곳에 앉아 마시는 커피가 꽤나 맘에 들어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동안 이곳을 꽤 자주갔다.
프라이부르크 대학도서관은 중앙역에서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마도)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눠져있는데 이 공용공간이 꽤나 괜찮았다.
그래서인지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는데 이날은 운 좋게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서울의 친구들과 잠깐 대화도 나누고 그동안 만들고 싶었던 피그마, 웹기획 교재 계획도 잡아보다가 이도저도 여의치 않을땐 바깥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뭔가를 꼭 만들어내고 가고 싶었다. 꽤 긴 휴가이기도 했고, 늘 머리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밖으로 꺼내보고 싶었다.
딱히 무언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이곳에 사는 사람처럼 하루를 보낸 것이 뿌듯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도서관의 분위기나 아무 걱정없이 즐기는 커피 타임. 혼자라서 외롭지만 그래서 느끼는 행복감도 조금은 느껴졌다.
테라스에 앉아 감자튀김에 맥주 한 잔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매일같이 맥주를 마시고 있지만 아무렴 어때. 지금은 휴식을 즐기는 시간인데. 서울에서 이러고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종일 들여다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휴대폰은 내려놓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를 즐겼다. 숙소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없다보니 종종 도서관에서 아이패드에 그날 밤 볼 영상 같은 것들을 다운받아 놓곤했는데 그것도 어느 순간부터는 뜸해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빠져있던 임윤찬 연주 영상, 고은성 배우의 공연 영상을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 음악을 듣는 시간이 늘어났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휴대폰을 들고 있지 않아도 즐길 일들은 많다. 그걸 겨우 인터넷이 없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다니 .. 인간이란 참 대단한 적응의 동물이다.
한참 맥주를 즐기고 있는데 저 멀리 하늘 어디선가에서부터 비가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저런 풍경을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 내리던 비가 어느 순간 가까이 들이닥치고 테라스에 앉았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식당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약속장소로 가던 동생이 잠깐 들러 인사를 해주고 갔고, 비가 그칠때쯤 나도 숙소로 돌아갔다.
#프라이부르크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