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안정제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6
오늘로 신경안정제 없이 살아온 지 219일이 되었다.
숫자가 하나씩 쌓여가는 걸 볼 때마다 가끔은 내가 조금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숫자 속에는 내가 견뎌낸 고통의 무게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 숨이 막힐 듯한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최근 들어 통증이 잦아지며 병원을 여러 번 찾았다.
어깨에 한 번 • 무릎에 두 번 • 척추주사 두 번.
스테로이드 주사와 C-arm 기계를 이용한 에피도르 주사.
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는 순간은 이제 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고통은 늘 나를 시험한다.
정신적인 것은 한 번 찾아오면 내 의지를 가차 없이 흔든다.
하지만 지난 219일 동안 나는 신경안정제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지켜왔다.
그것은 단순히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고통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스스로를 믿고 • 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삶은 고통만으로도 버겁지만 • 삶의 세상은 또 다른 무게를 나에게 안겨준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비행기 사고와 산불 화재에 비극의 소식들은 내 안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은 꿈속까지 이어져 •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 나는 한밤중에 땀에 젖어 깨어났다.
가슴을 조여 오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 남겨진 이들의 슬픔 • 그리고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현실을 떠올렸다.
그들의 아픔이 나를 짓누르듯 밀려들어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갔다.
앞으로의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고통을 실감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법을 반복해서 배우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아픔을 공감하며 살아가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나의 딸에 성장을 바라보며 오늘도 숫자를 하나 더 쌓아가며 • 내 흔적을 써 내려간다.
부족한 나는 그렇게 살아갈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