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어린이집 비용과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건들

여기 복지 국가 맞나요? 어린이집 비용이 왜 이렇게 비싸죠?

by 애플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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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망설였던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비싼 어린이집 비용"이었다.

네덜란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종종 물어보곤 한다.


그래도 네덜란드는 복지로 유명한 유럽 나라들 중 하나니까
어린이집은 무료 아닌가요? 이웃 나라 프랑스는 무료라고 하던데요.


흑흑...

나도 여기 어린이집들이 무료였으면 정말 좋겠다. 흑흑....

무료 어린이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프랑스와 그 밖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어린이집 비용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부럽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평균 어린이집 비용은 한 시간에 8유로 정도 된다.(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16,000원)

전혀 저렴하지 않다.

거기다가 애플이 가 다니는 어린이집 비용은 한 시간에 8유로 20센트이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19,000원)


거기다가 어린이집은 계약 상 하루에 최소 7시간 이상을 보내야 한다.

일주일에 며칠만 보내도 한 달에 50~100만 원은 훌쩍 넘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전부 자비로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계약서를 쓰게 되면 며칠 전에 미리 연락해야 아이 등원을 취소할 수 있다.

아이가 당일에 아파서 못 보내더라도 어린이집 비용을 돌려받지는 못 한다.


애플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내가 썼던

우리 집으로 방문하는 베이비시터분의 비용도 적은 편이 아니었다.

한 시간에 8유로였다.(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16,000원)

베이비 시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 지원이 없어서 전부 우리가 자비 부담했었다.

우리, 특히 내가 버는 돈 들의 상당 부분은 육아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인건비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세금은 또 얼마나 높은지...

소득세만 해도 25~52%까지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꽤 높은 금액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애플이의 어린이집 비용과 세금 등을 내면

현재 내가 아무리 고군분투를 하며 돈을 벌어도 나에겐 남는 돈이 생각보다 적다.

만약 지금보다 돈을 더 벌어 내 소득이 높아지면 그에 맞춰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값비싼 어린이집 비용과 베이비시터 비용 등을 확인하면서

그래서 이 나라 조부모님들이 왜 이렇게나 자식들의 육아를 도와주시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의 정서 안정감에도 가족들이 사랑으로 돌봐주는 것이 시설보다 훨씬 좋다는 장점도 있긴 하겠지만

값비싼 어린이집 비용이 한 몫한다고들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말한다.


물론 여기에도 kinderopvang toeslag이라는

네덜란드 정부에서 지원하는 어린이집 비용 지원금 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지원금을 따려면 필수 조건이 있다.

"양 쪽 부모 모두가 일을 해야 하고 소득이 시간 대비 평균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다.

이 조건은 필수이기 때문에 내가 만약 소득이 없는 봉사활동이나 무료 작업 등을 한다면 해당이 되질 않는다.


만약 내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정신 상태의 소유자이거나 기초 어학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 등에서 학업 도중 등등의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나는 전혀 해당이 되질 않는다.


거기다가 지원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2달 먼저 보내고 그 금액이 적힌 영수증을 관리팀에 보내야만

그곳에서 어린이집 비용과 함께 엄마, 아빠의 수입 등을

꼼꼼하게 따져 지원금을 줄지 안 줄지를 결정한다.


만약 그 관리팀에서 봤을 때 자격 조건이 충분하지 않다면 지원금을 못 받을 수도 있고...

더 최악의 상황은 지원금을 줬다가 나중에 돌려달라는 경우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에 사는 내 친구 커플 같은 경우는 둘 다 일을 해서 어린이집 지원금을 받았다가

중간에 한 명이 일을 관두면서 일을 찾는 도중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고

그 기간 동안 지원금을 받았다고 나중에 벌금과 함께 그 금액 전부를 돌려줘야 했다.


일단 현재 나와 남편은 모든 해당 서류들을 제출한 상태이지만

지원금 해당 가족이 되었다는 최종 확인을 아직 받은 상태는 아니기에

아직은 불안감을 가지고 자비 100% 를 내며 애플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상태이다.

(내가 직장에 다녔으면 좀 더 수월했을 텐데 프리랜서라서 심사가 까다로운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애플이를 낳기 전까지 이런 상황들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저 남들처럼 이 곳은 유럽에서 유명한 복지 국가들 중 하나니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정부에서 쉽게 도움을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면 직업을 가져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네덜란드는 일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유럽에서 1위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아이가 (무료인)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4살까지 아이를 혼자 육아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 지는데 그 어린이집 비용이 이렇게 비싸다니 너무 얄궂다.

육아 중간에 잠시라도 쉬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주양육자들에게

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 그러면 일 해야지. 설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서는 그 시간에 아무런 경제적 활동을 안 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말처럼 느껴지는 제도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며칠 씩만 일하는 파트타임 직업들도 많고

일주일에 4일 일하고 하루는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 워킹 대디들도 많다.

근처에 사시면서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정, 시댁도 정말 많다.

하지만 워킹맘들이 많은 반면에 비싼 어린이집들 비용 등 때문에

가정주부가 된 엄마들이 많은 것도 역시 명백한 현실이다.


물론 아기를 낳으면 정부에서 매달 주는 양육비 지원금도 있긴 하지만

정말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어린이집 비용을 전부 충당할 수는 없고

기저귀와 필수품 몇 개만 사면 동이 난다.


다행히도 어린이집 비용 지원금 시스템이 워낙 복잡하고 불만이 많기 때문에

어린이집들을 무료화해야 한다는 정책들이 점차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처럼 일하고 싶은 엄마들에게 비싼 어린이집 비용이나 지원금 제도가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 양육자이거나 후에 주 양육자가 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네덜란드의 어린이집들 가격이 낮아지거나 무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프리랜서는 수입이 항상 불규칙한데 내가 만약 지금처럼 일을 하다가
수입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리고 세금, 어린이집 비용을 내고 남는 돈이 별로 없더라도
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일은 대체 내게 있어서 무엇일까...?
어린이집에 애플이를 지금보다 더 긴 시간에 보내면서라도
프리랜서 일 말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는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걸까?


애플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로부터 줄곧 들고 있는 솔직한 나의 생각들이다.


일단 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직장을 다니던 지금처럼 프리랜서로 일을 하던 오래오래 내 일을 하고 싶다.

그 순간은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라는 사람이 오롯이 설 수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애플이의 어린이집 비용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새로운 명분도 생겼다.

만약 내가 돈을 벌지 못하면 어린이집 비용을 전부 100%로 자비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부담이 크다.

애플이 덕분에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물론 내 일을 육아와 함께 병행하려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나 자신과 계속 싸워야 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나는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 살며 내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애플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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