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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집 Apr 29. 2019

회사에서 만난 "멋진 어른"

좋은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



지난주 공장 인터뷰를 하며 좋은 어른을 한 분 만났다. 그분은 공장에서만 20년 정도 일한 팀장님이었다. 인터뷰는 짧았지만, 그분이 전문성 있고, 본인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후배 육성에 대한 가치관이 있고, 리더로서 조직과 경영 이슈를 고려해 비전을 제공하고, 경험과 변화를 사랑하는 진보주의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터뷰를 열심히 기록했다.


“(업무 순환에 대한 이야기 후) 물론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업무 특성상 변화가 어려운 곳도 있다. 그래도 변화해야 한다. 무리수를 한 번씩 거는 게 필요하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것 같아서, 내가 욕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변화를 시도했다.”
“경험해야 안다. 누구한테든 배우는 게 있다. 많이 보고 많이 느껴야 한다. IoT, 신기술 트렌드… 
트렌드를 알아야 조직문화를 바꾼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본다. 얼마 전 회의할 때도 모르는 품질 용어가 나오길래 임원들 있는 곳에서 질문했다. 다들 웃더라. 실장이 부끄럽게 그런 것까지 물어보냐고 했다. 참석한 주니어들도 웃더라고. 근데 그렇게 물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20년 차 된 부장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알고자 해야 한다”
“신입사원에게는 직접 인사하며 조직도를 그려보라고 하고, 공장 레이아웃도 다른 사람한테 받지 말고 직접 보고 다니면서 그려보라고 한다. 전체 큰 그림을 보는 게 중요하다.”
“모든 업무는 순환해야 한다. 그래야 각자 직무의 고충을 알고, 다른 사람의 힘듦에 공감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파악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해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 업무는 아무나 시작할 수 있지만 모두가 잘할 수는 없다. 내 업무가 가진 파급효과를 알아야한다.”
“인생은 못 바꿔도 일을 통해 회사를 바꿀 순 있다”


회사에서 가장 하기 쉬운 것은 남탓이다. ‘왜 일을 이딴 식으로 해? 왜 진작 말을 안 해? 왜 공유를 안해?’ 모든 책임 소재를 밖으로 돌리느라 결국 문제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물론 책임 소재를 찾는 것은 문제 원인을 찾기 위한 첫 단추이지만, 대안 없이 남 탓할 사람만 찾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러나 그분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 하자마자, 본인부터 바뀔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점이었다. 몇 십 년 경력을 쌓아 자신만의 철학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본인의 무지에 대해 인정하고, 알기 위해 질문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고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가진 어른을 보는 게 다소 충격적이었다. 본인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타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자신만 성장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후배와 조직,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실용적인 방법을 고려하는 사람. 좋은 어른이란 이런 사람이라 느낀다.






가끔 이런 분들을 만나면 내 시야와 세계의 얄팍함을 깨닫는다.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인 냥, 사람을 판단하고 무시해온 오만함을 반성한다. 고작 삼 년 다닌 회사를 다 아는 마냥 이 조직은 글러 먹었다고, 윗 사람들은 바뀔 수가 없다고 재단했던 오만함. 현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으며, 많은 좋은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잊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하지 못했던 곳의 멋진 사람을 보며 수많은 사람과 경험에 대해 비로소 상상한다. 그리고 드는 기대와 희망.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또 있겠구나. 많겠구나. 좋은 사람 한 명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렇게 크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기대하게 해주니까.




능력 있는 사람을 볼 때면 나의 무능력을 회사에 애정이 없다는 말로 변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존재는 주위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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