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를 읽는 날이 올까?
Day50 / Chiang Mai, Thailand / 10.9
여행 와서 알아차린 것 중에 하나는 책을 읽을때 소리내어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들릴 정도는 아닌. 입 안에서 공회전하는 혀의 소리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혀의 움직임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단어를 입 안에서 굴리며. (사실 요즘 대부분 책을 카페에서 읽기 때문에. 애초에 소리를 낼 수 없다) 문장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는 종종 이렇게 소리내어 읽었지만 그것을 이제서야 자각하게 된 것일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오랜만에 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그런걸 수도 있고. 입안에서 굴리기에 비문학은 종종 턱턱 걸린다. 이해하기에 더 어려운 것은 언제나 픽션이다. 내가 시를 읽을 날이 올까? 내게 시를 알려줄 사람이 있을까. 제대로 읽은 한 권의 시집조차 없다 나는. 평생 은유의 맛을 모른채로 살기는 싫은데. 하지만 초등학교때 외운 오우가는 암기한다. 윤선도의 오우가. 한시 암기 대회를 위해 몇장을 앞뒤로 빽빽히 채운 종이의 첫번째 시. 한자어라서 그 뜻이 뭔지조차 잘 모른 채로 외웠다. 아직도 그냥 툭 치면 나온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랴. 동산의 달이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그때 나보다 더 많이 외운 친구는 성악을 하는 애였다. 무작정 외운 나와는 달리, 가사를 운율에 맞춰 뱃심으로 내뱉던 그 애. 그 친구의 얼굴이 기억난다. 사실은 얼굴이라기보단 풍채가. 그리고 진짜 힘이 좋았던 목소리가. 걔는 나보다 잘 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걔는 진짜 시의 운율을 느끼며 읽었던 것 같거든. 시야말로 소리내어 글자를 더듬어 읽어야 하는 글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