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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범 Sep 17. 2021

평당 얼마,
토지 면적인가 건물 면적인가

부동산 가격의 원리

가격에는 총액과 단가가 있다. 

단가는 규모가 다른 물건의 가격을 서로 비교할 때 사용하는데, 총액을 단위로 나누어서 계산한다. 부동산은 물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단가의 기준도 공간의 면적이 된다. 여기까지는 참 간단한데, 깊게 들어가면 조금 복잡하다. 일단, 면적에는 토지면적과 건물면적이 있다. 하나의 면적만 기준하면 좋을텐데, 어떤 경우에는 토지면적을 사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건물면적을 사용한다. 토지면적도 토지 전체를 기준하는 경우와 일부를 기준하는 경우가 있고(토지면적, 대지권면적), 건물면적 역시 전체를 기준하는 경우와 일부를 기준하는 경우가 있다.(연면적, 전용면적, 분양면적, 계약면적) 


같은 부동산인데, 왜 단가를 산정하는 기준은 제각각일까.

전체 부동산가격에서 토지가격과 건물가격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단독주택부터 생각해보자. 서울에서 단독주택이 가장 밀집한 곳 은 종로구인데, ‘서촌’으로 불리는 경복궁 왼편의 통인•효자•옥인동의 단독주택이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계동•원서동을 떠올려보자. 단독주택 가격은 얼마나 하고, 토지•건물가격의 비중은 어떨까.

서촌 단독주택 @한국경제

서촌의 단독주택 가격은 5억부터 28억 원까지 다양했다. 가격범위가 너무 넓어 그 수준을 알 수 없으니 단가로 비교해야 할텐데, 토지면적을 기준하면 평당 2,300~4,600만 원, 건물면적을 기준하면 1,200~5,600만 원이 나온다. 서촌의 단독주택 가격수준은 분포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은 토지면적을 기준했을 때 더 명확해지는 것이다.

단독주택 가격을 비교할 때 토지면적을 기준하는 이유는 부동산가격에서 토지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건물은 있을 수 있지만, 동일한 토지는 있을 수 없다. 건물가격은 고정값, 토지가격은 변동값인 셈이다. 토지가격은 토지수요, 즉 토지를 이용하려는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높다. 서울은 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건물가격 대비 토지가격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토지면적을 기준한 단가가 더 명확한 것이다.


물론 건물가격의 비중이 높은 부동산도 있다. 

당연하게도 건물가격은 건물의 규모에 비례하고, 건물의 규모는 용적률로 표현된다. 용적률은 토지면적 대비 건물면적의 비율인데, 주택이 많은 주거지역은 최대 500%이지만, 상업지역은 1,500%까지 가능하다. 서울에서 상업지역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구이니, 중구의 대표적인 업무지구인 을지로를 살펴보자. 

을지로 오피스 @GBN글로벌빌딩네트워크

을지로의 업무용 빌딩 가격은 1,500억부터 4,500억 원까지 다양했다. 토지면적을 기준하면 평당 1.5~4.6억 원이 나오지만, 건물면적을 기준하면 1,600~3,000만 원이 나온다. 단독주택과 반대로 건물면적을 기준했을 때 더 명확해진다. 

을지로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빌딩은 을지로3가역 1번 출구에 있는 ‘신한 L타워’로, 거래가격은 2,798억 원이었다. 물론, 4,561억 원에 거래된 ‘더존 을지타워’도 있지만, 총액이 아닌 단가를 기준하면 신한 L 타워가 평당 3,000만 원으로 가장 높다. 신한 L타워의 토지면적은 약 600평이지만, 건물면적은 9,300평으로 토지의 15배 수준이다. 건물가격의 비중이 높으니, 건물면적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파트는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거래하지 않을까.

아파트라고 하면 단독주택과 달리 건물 비중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아파트 건물의 높이(층수) 때문에 비롯된 오해에 불과하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동일하게 주택으로 이용되는 만큼 주거지역에 위치하며, 250% 내외의 동일한 용적률을 적용 받는다. 동일한 250% 용적률을 토지면적의 50% 규모로 5층을 올리느냐, 10% 규모로 25층을 올리느냐의 차이다. 

아파트 단지 @국민일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평당 얼마’라는 아파트의 단가는 토지면적(대지권면적)이 아닌 건물면적이다. 그 이유는, 단일 소유인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내 마음대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구분소유건물이라, 토지에 대한 권리도 전체 토지의 일정 비율로 존재할 뿐이다. 위치도 특정할 수 없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따라서, 구체적 실체가 존재하는 건물, 그 중에서 나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면적'과 나도 사용할 수 있는 '공용면적'을 합산한 '분양면적'을 기준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가는 또 다르다.

상가는 통상 계약면적을 기준한다. 계약면적은 분양면적과 달리 기타공용면적을 포함하는데, 기타공용면적은 주차장 같은 건물 외부의 공용공간의 면적이다.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외부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로비, 복도, 엘리베이터, 주차장 같은 공용면적의 비중이 높기 마련인데, 점포 내부의 면적인 전용면적을 기준하게 되면 외부 환경이 다른 상가를 비교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계약면적 또는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단가를 계산한다.

한 상가의 공용면적 @조세일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 같은 소규모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면적 대신 방 갯수를 기준하기도 한다. 그냥 투룸 얼마, 쓰리룸 얼마와 같은 식이다. 면적이 방 갯수에 비례하기도 하지만, 소규모 주택에서는 레이아웃에 따라 미세한 면적의 변동은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텔도 객실수 기준으로 단가를 산정하기도 한다. 객실당 얼마로 계산된 호텔의 단가는 다른 호텔과 비교할 때도 사용되지만,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과 같이 호텔과 면적이나 구성이 유사한 주거용 부동산과 비교되기도 한다. 대학원에서 논문 주제를 고를 때, 이 내용을 실증해보려다 지도교수님께 혼났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같은 부동산이지만 때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지역이 대표적이다. 다세대주택은 통상 전용면적이나 방 갯수를 기준으로 거래되지만, 구역이 지정되고 조합이 설립되면서 사업이 진행되면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거래된다. 분양권이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부여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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