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땅을 팔어 말어 | 디센던트

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by 오성범

'디센던트(Descendants)'는 자손이나 후손을 의미합니다. 주인공 맷 킹(배우: 조지 클루니)이 하와이 원주민(칼라카우아 왕족)이었던 어머니와 미국 선교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입니다. 즉 하와의 원주민의 자손이면서 동시에 태어날 때부터 미국 시민이었던 것이죠.


하와이가 미국에 합병된 건 1898년입니다.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선교사였지만, 곧 하와이의 사탕수수와 설탕을 탐내는 상인과 지주들이 들어왔고, 군부 쿠데타로 왕정이 전복되고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결국 합병에 이르게 됩니다. 당연히 하와이 왕족을 비롯한 원주민의 반대가 있었겠지만, 국가간 합병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몇 안 되는 사례라고 합니다. 하와이는 미국의 마지막 주가 되어 태평양의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10년 한일합병 이후 1945년 대한독립까지 35년간 강제 합병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가진 한국인의 관점으로는 쉽게 '아 그렇구나'라고 하기는 어려운 사건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 아버지가 제 할머니와 일본인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인이고 저도 일본인 손자가 된 거잖아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은 복합적이라고 합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하와이의 독립을 주장하는 원주민 단체도 있다고 해요. 다만 미국이 하와이주의 공식 언어로 하와이 원주민어를 인정하듯 부분적으로 자치를 인정하고 있고, 하와이 원주민들도 교육, 의료, 취업을 위해 미국 시민권을 이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고 합니다.


영화 <디센던트>의 배경인 하와이

하와이에서 조상땅 지키기


주인공 맷 킹의 가족, 즉 왕족의 후손들은 조상들로부터 상속받은 땅을 미국인 부동산 사업가에게 팔 것인가를 두고 가족회의를 합니다. 미국인 사업가는 해안가의 땅을 고급 리조트로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설득하는데, 엄청난 매각 대금을 두고 가족들이 동상이몽 하는 상황입니다. 땅을 팔지 않는다고 해서 조상님이 살아 돌아오시는 것도 아니고 내 가족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와이는 합병 이후 100년 넘게 지나면서 세대가 바뀌고 인식이 달라졌음에도 이런 고뇌가 남아 있으니, 합병 기간이 고작 35년이었던 한국 조선의 반응이 격렬했겠죠. 합병 시기에 일본인들도 조선의 땅을 뺏거나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패전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돈은 가져가도 땅은 떼어 갈 수 없었으니, 일본인들이 두고 간 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중요한 문제였을 겁니다.


해방 이후 미군정에서는 「외국인 재산 처리령」을 제정해 그 땅을 모두 몰수하고 국유화한 뒤 한국인에게 불하(拂下), 즉 국유재산으로서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2005년에는 일본인이 아닌 친일파 한국인의 땅도 되찾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고요. 그 결과 2010년까지 여의도 4.5배에 달하는 엄청난 면적의 땅을 환수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바뀌고 심지어 민족이나 국가도 바뀌지만, 땅 그 자체와 땅에 대한 소유권 만큼은 세대를 넘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디센던트> | Descendants

알렉산더 페인, 2012


하와이의 중산층 변호사 맷 킹(배우: 조지 클루니)은 보트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를 돌보느라 그동안 소원했던 두 딸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한편 맷 킹의 가족들은 선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해안가의 땅을 매각하기 위해 가족회의를 여는데, 아내도 잃고 두 딸로부터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우선순위를 깨달은 맷 킹은 결국 땅을 팔지 않기로 합니다.


"미국 본토의 친구들은 내가 사는 하와이가 천국이거나 영원한 휴양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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