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프랜차이즈(Franchise)는 대중적인 인식처럼 상업용 매장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특정 지역 내에서 독점적인 영업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지역 연고에 기반해 운영되는 프로 스포츠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를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하죠. 중세의 프랜차이즈는 술 판매권이었는데, 근대의 프랜차이즈 역시 음료 판매권입니다. 근대 최초의 프랜차이즈는 코카콜라로서, 본사가 제공한 음료 원액을 가맹점이 해당 지역 내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초창기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제품의 유통방식이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매장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프랜차이즈의 상징이 된 맥도날드를 비롯해 KFC, 피자헛 등이 모두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표준화'와 '대량생산'입니다. 표준화가 대량생산의 전제조건이 되죠. 마치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제품을 찍어내듯,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메뉴, 동일한 맛, 동일한 서비스를, 무엇보다 빨리 제공하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의 시작이죠.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로 인식되려면 무엇보다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이 많아야겠죠. 핵심은 속도였습니다. 맥도날드는 단순히 브랜드와 메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까지 제공했습니다. 맥도날드가 직접 매장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방식이었죠. 예비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직접 매장 위치를 알아보고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가맹점 계약의 큰 허들을 없애준 것이죠.
이런 개점방식은 단순히 가맹점을 늘리는 데에만 도움이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맥도날드는 가맹점의 영업으로부터 로열티만 받는 것을 넘어 임대료와 시세차익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동일한 사업이지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면서 맥도날드는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레이 크록(배우: 마이클 키튼)이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이 1955년인데, 1970년에는 1,000호점을 돌파했고 1990년대부터는 해외로 진출해 현재 요식업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약 41,000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서브웨이와 비슷하면서 조금 더 많습니다.
햄버거 대신 햄버거 매장
사람이든 기업이든 급속한 성장을 하려면 레버리지, 즉 대출이 필수적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레이 크록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장면입니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신용대출이 담보대출보다 어렵고 금리도 높습니다. 기업의 현금흐름보다 부동산의 현금흐름이 더 안정적이고, 만약의 경우에도 기업을 파는 일보다 부동산을 파는 일이 더 수월하니까요. 이 장면은 맥도날드가 부동산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이라는 막강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급속하게 매장을 늘리고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한국에서도 맥도날드와 같이 부동산에 기반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을 들 수 있습니다. 롯데타워라는 상징적인 자산 외에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호텔까지 롯데그룹의 부동산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으면서 막강한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4년 롯데지주의 연결 재무상태표를 보면 롯데그룹의 부동산(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은 약 8.2조로 총 자산 22.6조 대비 약 36%를 차지합니다. 담보대출과 같은 장기차입금 규모도 4.9조로 21%를 차지하고요.
물론 부동산 레버리지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부동산이 고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습니다. 자산은 많지만 현금이 없는, 소위 '영끌거지'가 될 수 있죠. 최악의 경우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는데 부동산은 사고팔기 어려운 자산이라 이 또한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총 자산의 약 40~60% 정도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총 자산 대비 약 10~20% 정도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참고로 롯데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약 1.3조로 총 자산 대비 약 6%입니다.
<파운더> | The Founder
존 리 행콕 감독, 2017
1950년대 미국, 의료기기 영업사원이었던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캘리포니아의 작은 햄버거 가게 ‘맥도날드 형제’의 혁신적 시스템을 발견합니다. 그는 형제들을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점차 사업을 확장해나갑니다.
원칙과 이상을 지키려는 맥도날드 형제와 끝없는 확장과 이윤을 추구하는 크록의 갈등은 결국 결별로 이어지고, 크록은 결국 맥도날드를 세계적 패스트푸드 제국으로 성장시키지만 도덕적 논란을 남깁니다.
"당신은 햄버거 장사를 하는 게 아니야. 부동산 장사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