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마라톤 연습 겸 러닝은 종종했었는데 근력운동에 본격적으로 매달린건 거의 처음이다. 달리기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내 몸에 근력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똑같이 10km를 달려도 남편은 다음 날 멀쩡한데 나만 무릎이 쑤시고 발목이 아픈 것은 기본적인 근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동안 등록만 해두고 제대로 이용하지 않아 매달 공짜로 상납하는 기분이 들었던 아파트 헬스장에 부지런히 드나들고 있다. 일주일에 두어번 씩 꼬박꼬박 가서 상체와 하체 운동을 번갈아 하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근육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관찰하고 내 몸이 어느 정도 무게까지 버틸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겨우 하던 것을 어느 순간 더 무거운 중량으로도 거뜬히 할 수 있게 되면 그렇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내 몸에 전에 없던 근육이 조금씩 붙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탄탄해진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단단해 지는 것 같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기분이랄까. 이미 다 자라버린 어른이라 앞으로는 쪼그라들 일만 남았지만 내 몸의 근력만큼은 더 줄어들지 않게 관리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태어나 처음으로 몸매가 아닌 내 몸의 근육에 대해 생각하면서 더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다.
대학교 때 검도부 동아리를 잠시 한적이 있었다. 검도를 오래 해왔던 그 당시 남자 친구는 "여자들이 호구까지 쓰고 본격적으로 검도를 오래하면 팔뚝도 굵어지고 보기 싫어져. 그냥 적당히 하면 돼" 라고 말했다. 그땐 나도 진짜 근육질의 여자는 좀 별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남자는 근육 많으면 멋있다고 하면서 여자는 근육이 너무 많으면 보기 싫은건가? 힘이 센 근육질의 여성은 종종 웃음거리가 되고 같은 조건의 남성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신체를 단련시키고 스스로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것이 없다. 마르고 여리여리한 몸이 아직도 미의 기준이 되고 있지만, 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쯤엔 힘센 근육질의 여자도 환영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학창시절 제일 싫어했던 과목은 체육이었다. 체육이 있는 날은 비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체육 수업 시간 전 의무적으로 뛰어야 하는 운동장 두 바퀴가 그렇게 싫었고 괴로웠다. 가끔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운동장 열 바퀴 뛰기, 오리 걸음, 선착순 달리기 등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기합주는 선생님도 싫었고, 거기다 느끼한 체육 선생님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미국에 살때는 체육을 좋아했었는데 한국에 와서 체육을 싫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SNS에서 보면서 우리나라 체육 수업이 단단히 잘못되어 있었구나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것은 운동 그 자체가 아니라 체육 시간의 강압적인 분위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결혼 후 남편이 마라톤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을 때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생긴 것은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처럼 예전에는 운동을 기피하다가 이제는 운동을 즐기는 여자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착각만은 아닌것 같다. 매년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에서도 해가 갈수록 젊은 여성의 비율이 늘어난게 눈에 보인다. 처음 참가했던 마라톤 대회에는 죄다 아저씨들 뿐이었고, 여자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것도 회사에서 단체로 참가해 억지로 끌려 나온 티가 역력한, 복장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고 거의 걷다시피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요 근래에는 운동복을 입고 자발적으로 마라톤에 참가한 것처럼 보이는 20대 30대 여자들이 많다. 운동을 싫어했던 여자들이 스스로 운동을 즐기게 된 것이다.
나 또한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 내 몸을 강하게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여자가 무슨 근육이야, 힘이 세면 뭐해' 라는 고정관념에서 나 스스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몸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단련시키고 싶다. 시간이 흐른 후 온몸에 근육이 울퉁 불퉁한 할머니가 되어 남편과 함께 마라톤을 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