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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길을 걷고 있는 이에게

by 하늘담

마음공부에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그 중 불교는, 마음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며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안내합니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은 연기(緣起)의 통찰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결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서로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변화하며, 고정된 실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곧 무아(無我)와 공(空)의 자각입니다.

이 자각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와 이해를 바꾸는 실천입니다.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단절이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내면의 더 높은 자아, 더 순수한 에너지와 연결되는 길입니다. 그 에너지는 우리를 ‘신성’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로 인도합니다. 불교 공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연결과 회복, 본래의 고요한 자아로의 귀환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을 오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모든 것이 공하다’는 가르침을 잘못 해석하여 삶의 의미를 잃고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또는 마음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존재에는 본질적인 우열이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영혼이 선택한 삶의 흐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욕망과 집착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그 나름의 배움을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도 비난하거나 폄하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몸과 마음을 나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아, 육체와 감정, 생각을 부정하거나 버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몸과 감정, 사고는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이 삶 속에서 체험을 가능케 하는 신성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이 도구를 통해 선과 악, 고통과 기쁨, 아름다움과 어둠을 체험하며 깊은 통합과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명상과 참선 또한 소중한 수행법이지만, 그것만이 의식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우리가 열정과 사랑으로 몰입하는 일, 즉 삶 속의 창조적 몰입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의식의 확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술, 노동, 관계, 봉사… 그 어느 순간에도 우리는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원래부터 한계 없는 존재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망각을 선택한 신(神)입니다. 이 육체의 한계, 시간과 공간의 경계 안에 자신을 가두고, 다양한 체험을 위해 이 여정을 선택한 존재입니다. 삶의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신성한 선택이며,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가는 길입니다.

마음공부는 자신을 좀더 확장된 관점에서 이해하고, 타인을 연민과 존중으로 바라보며, 삶을 신성한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여정입니다. 불교는 이 여정을 안내하는 귀한 등불일 뿐, 궁극의 형태나 유일한 해답은 아닙니다. 각자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존중과 사랑을 담아, 이 글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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