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한다는 건
식물들을 안전히 피난시키는 일
약한 개체를 과감하고 무자비하게 정리하는 일
조금 안일한 생각으로 식물을 얼게 하는 일
이사를 한다는 건
짐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만가지 더러움을 맞이하는 일
누렇게 더께가 앉은 변좌를 용감하게 들추고 욕을 입에 장전하는 일
“*새끼 앉아서 싸지”
변기 속 무수한 실핀을 손을 넣어 꺼내는 일
마룻바닥 상처에 익숙해지는 일
이사를 한다는 건
잘 넣어둔 물건을 하루종일 찾는 일
다음 이사에서는 버릴 물건을 다시 창고에 쌓는 일
여유가 생긴 공간을 새 물건으로 욕심스럽게 채우는 일
그래도..
이사를 한다는 건
내 집에 들어간다는 건
이 동네에 맘껏 정을 주고 찬찬히 바라보는 일
남한산성으로 이어지는 동네길을 가지는 일
100회 필라테스를 주저 없이 등록하는 일
아무 이유 없이 뛰어다니며 친구를 부르고
머리를 휘날리며 씽씽이를 타는 작은 사람들을 실컷 보는 일
전봇대 등불밑에서 이름 불리기 전까지 놀던 날을 떠올리는 일
사진: https://instagram.com/js_vfinder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