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by 물들래

가면을 쓰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가면을 쓰지 않아도 타인일 수 있지

주변에 다중인격 인물들을 생각해 봐

가면을 바꿔 쓰면서 타인이 될 필요가 있을까


한 가지 얼굴로 사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몇 개의 가면을 소유하고 있을까 헤아린다

하나둘셋넷다섯 나는 다중인격자

나만? 당신은? 모두가 타인, 죄다 다중인격자


가면을 쓰고 아내를 유혹하는 남자

남편인 줄 알면서 유혹당하는 척하는 여자

지상에 얕게 남은 흔적조차 급기야 사라진다

마음의 모양이 수도 없음을 모르는 걸까

가면 쓴 남자에겐, 하나의 마음만 있는 걸까


프란시스 베이컨의 고함이 들리는 순간이다

가면을 쓰지 않은 오롯이 하나의 얼굴로 일관한

여인이 바다를 향해 걷는다, 어느 순간

점이 되는 가 싶더니 흔적 없이 사라진다, 남자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외침 너머의 고깃덩어리로 남는다


가면만 여럿이 아니다, 마음의 모양도 다양하다

사랑의 모양이 하나뿐이랴, 꿈의 모양은 어떠랴

무수한 점과 선처럼 너와 내가 면으로 만난다

가면을 쓰지 않아도 가면인 네 얼굴에 이미 난 익숙한데

낯익은 가면들이 출렁인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고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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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데시가하라 히로시의 1966년 작품 <타인의 얼굴> 관람 뒤의 느낌을 시로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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