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당신이라는 꽃

by 박상민

꽃이 좋다. 이름을 아는 꽃이 좋다. 반갑고, 아는 척할 수 있어서 좋다. 이름을 모르는 꽃도 좋다. 설레고, 어색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좋다. 낮에 핀 꽃이 좋다.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드는 당당함에 좋다. 밤에 핀 꽃이 좋다. 어두움 속에서도 달빛과 벗 되어 피고 있는 꽃이 좋다. 정돈된 공원에 핀 꽃이 좋다. 자신의 자리를 잡고 정돈되어 있는 꽃이 좋다. 길가에 핀 꽃도 좋다. 흙먼지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꽃이 좋다.



어느샌가 슬쩍 스며든 꽃에 대한 마음이, 수영강가를 천천히 걷기를 시작하며 더 커졌다. 이것은 그 옛날 에펠탑 같다.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철골로 이루어진 구조물. 사람들은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의 에펠탑 건립계획에 엄청난 반대를 들고일어난다. 프랑스의 정치가, 학자들은 대놓고 거부한다. 심지어 시인 모파상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기념비를 세울 듯한 볼썽사나운 뼈대에
공장 굴뚝같이 우스꽝스럽게, 가늘게 사라진다.”

-모파상

고풍스러운 고딕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에 무게 7천 톤, 높이 320미터나 되는 철골구조물은 천박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 중심에 세워진 에펠탑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보고, 오래 보고, 자세히 보게 되며 파리의 명물이 된다.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 편 – 이동귀 저 참고>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심리학자들은 에펠탑 효과라고 말한다. 노출이 계속되면 무관심하던 것에 대한 호감이 생김을 말하는 심리 효과이다.


KakaoTalk_20210611_162939505_26.jpg <수영강에 앉아 꽃을 담아 보다>



그런 면에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내가 수영강가에 피어난 꽃들을 사랑하게 된 모습을 잘 나타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 나태주


이십 대가 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놀이동산을 놀러 가면, 늘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고 등장하는 분들이 계셨다. 물론 우리와 그분들의 길은 다르다. 우리는 롤러코스터 쪽으로, 그분들은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로 향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꽃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고, 또 꽃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머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도 언제나 꽃이 넘쳐났다. 그런 모습을 의아해 여기던 내가 이제 꽃 때문에 천천히 걷고, 꽃 때문에 멈추고, 꽃 때문에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TVN 드라마에서 조정석이 이렇게 말했다.


“난 어제 우주랑 공원에 갔는데 꽃 사진만 6천 장...
나 진짜 꽃을 찍고 있더라니까...
꽃에 꽂혀가지고”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조정석)의 대사

이 대사를 듣는데 너무 공감이 되어서 ‘크큭’ 하고 살짝 소리 내고 웃으며, 입가에 옅은 미소가 잔잔히 퍼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영강에서 꽃을 몇 장 찍고 들어오는데 하늘이와 아내가 국악풍의 동요를 불렀다. 그런데 샤워를 하는데도 가사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반복해서 듣는다. 족히 수백 번은 된 것 같다. 내게 수백 번 들어도 그 깊은 맛을 더 알려주는 곰탕 같은 이 동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 동요 <모두 다 꽃이야> 가사

https://www.youtube.com/watch?v=P9u5wxrHUvk (유튜브주소)


이 노래를 틈날 때마다 들으며 내가 왜 이렇게 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낮에 피어도, 밤에 피어도,

아무 데나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니까.




그래서 나는 꽃이 좋다



KakaoTalk_20210611_162939505_28.jpg <이름 없는 꽃도, 이름 아는 꽃도, 모두다 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별 헤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