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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Oct 17. 2022

마음

늘벗이야기

< 마음 >


마음은 얼굴과 이어져 있다. 모두들 얼굴을 숨기며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젖먹이 아이를 보면 모두들 환한 얼굴로 반갑게 웃어준다. 그 아이는 전혀 얼굴에 숨김없이 마음을 표현하기에, 우리 역시 아기를 보면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한주 한주 기적같다. 한주간 마음 가운데 담아 두었던 것들을 환한 얼굴을 가지고 반겨주는 동역자들. 한명 한명에 외롭고, 서툴고, 부족했던 마음들이 금새 채워진다. 나는 그래서 우리 교회 성도들 얼굴을 보면 마음이 좋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좋고, 나를 향해 웃어주는 얼굴도 좋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도 좋다. 그 안에 어떤 마음이 담겨있을지 상상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 어느덧 우리 가운데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의 마음들이 얼굴에 피어오른다.


마음과 이어진 것은 얼굴 뿐 아니다. 바로 마음에는 시간이 이어져 있다. 수련회때 한 지체가 공동체가 더욱 친밀해지고, 하나되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특송을 제안했다. 당시 수련회 전체 인원은 기획&진행팀, 식사&간식팀, 정리&기록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지체의 귀한 아이디어에 모든 교회가 동의 하면서 수련회이후 지난주까지 각 팀별로 특송을 진행했다.


그 대미를 장식한 팀은 바로 정리&기록팀이다. 템버린, 애그쉐이크, 피아노, 윈드차임, 우크렐레 각각 자신이 맡은 악기로, 시간을 들여 악보를 준비하고, 각각에 필요한 순간에 악기의 순서를 연습하는 과정과 시간이 곁에서 보며 감사하고 흐믓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이뻤을까? 특송당일날도 예배 1시간반 전부터 와서 연습을 시작했다.


근데 그런 상황을 알았을까? 한 청년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직접 구운 와플과 생크림을 만들어왔다. 사과 생크림맛이 기대이상으로 정말 맛있었다. 전날부터 준비한 샤인머스켓과 아침에 사온 바람 떡도 한몫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 빵과 함께 다양한 빵까지 사온 집사님도 계셨다. 나는 생각했다. 지체들을 위해 준비했을 그 시간들. 와플을 굽고, 샤인 머스켓을 사오고, 빵집에서 집사님께서 빵을 고르는 시간.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특송은 정말 아름답게 이루어졌고, 그것을 바라보는 공동체는 하나가되어 하나님께 그 찬양을 올려드렸다. 얼마나 아름답고 귀하던지,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사진과 영상을 계속 찍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두달전부터 2주에 한번씩 예배드리러 오시는 한 집사님께서 약간은 어색하면서도 정중하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혹시 칼국수 같이 드시러 가겠습니까?” 무뚝뚝하면서도 정이 느껴지는 부산 사나이의 초대였다.


알고 봤더니 예전부터 집사님들 전부를 함께 보시고 꼭 칼국수를 먹고싶었다고 하셨다. 예배를 참석한 집사님들 모두 함께 했다. 그리고 푸짐한 칼국수 보다 더 푸짐하고 넉넉한 마음들이 가득 넘치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얼굴은 모두 환해졌고, 우리의 시간은 하나님의 충만함이 가득느껴졌다. 서로 헤어지기 전에 세 가정을 위해 여수에서 갓김치를 사서 3등분으로 선물해주신 한 집사님의 마음도 나눴다. 여건상 매주 오지는 못하지만 수련회도 참석하셨고, 예배도 오셨던 우리 집사님께서 늘벗 가족들 생각하시고 갓김치를 보내주셨다. 정말 ‘오마이 갓’이었다! 각 지체들이 와플을 구울 때, 특송을 연습할 때, 칼국수를 먹을 때 숨어 계시며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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