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리는 팀장님에게
수경재배 해 보셨나요?
흙 화분에 있는 초록식물이 키가 너무 커져서 잘라내고, 잘라낸 부분을 물에 담갔습니다. ‘수경재배’라고 하더군요. 흙에서 뿌리를 내려 자라던 그 친구가 물속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호기심의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초록 잎이 싱싱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며칠이 후 보니 힘없이 축 쳐져 있더라고요. 그냥 버려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생명체인지라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시켰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이 친구가 쌩쌩하게 살아나는 기적 같은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며칠이 지나 살펴보니 잘린 줄기에서 뭔가 실 같은 것이 나왔습니다. 연하디 연한 실 같지 생긴 것이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물었더니 초록친구는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새로운 뿌리가 생겼기 때문에 생존의 힘이 생겼다는 거예요. 다행이라는 마음과 생존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직책자가 된다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몇 년을 실무 전문가로 단단한 흙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다가 직책자가 된다는 것은 새롭게 생존하기 위해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직책자의 첫날은 축하해 주는 사람도 많고, 나 스스로도 인정받은 것 같아서 반짝반짝 빛납니다. 그러나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고 돌아보면 많이 지쳐 있어서 풀이 죽어 있기도 하고, 정신없이 바쁜 자신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걱정하는 시간도 생깁니다.
업무를 할 때는 성공과 실패가 예측되기도 하고, 물어볼 사람도 많았던 것 같은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예측도 잘 안되고,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도 생깁니다. 나의 상사에게 물어보면, 리더로서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같고, 구성원들에게 물어봐도 솔직하게 얘기해 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동료 리더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푸념으로 끝나기도 하고, 사실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조심스럽습니다. 지금 이곳에 이렇게 뿌리를 내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 상황인 거죠.
뿌리는 남이 내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옆에서 햇빛이 방향을 비춰주고, 바람이 응원을 해 주듯이 주변에서 도와줄 수만 있을 뿐, 결국 뿌리는 스스로가 내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양분들을 잘 모으고 모아서 진짜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책자가 된다는 것은 자리가 바뀌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잘하는 것을 계속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잘하게 하는 자리입니다. 단단하게 서있는 줄 알았는데 공허한 마음으로 붕 떠 있음을 느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고, 변화의 시도가 필요합니다. 주어진 시간에 쫓기어 조급함으로 뿌리를 내리려고 하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내가 리더로서 역할을 행하면서 아주 조금이라도 실 같이 가느다란 뿌리가 확인되면 셀프 축하해 주세요.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응원도 해주세요. 그렇게 뿌리가 단단해지고, 길어지면서 나만의 리더십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것은 개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내가 리딩하는 부서의 이야기이며, 전체 회사 조직의 이야기로 영향력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벅참이 올라옵니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에서 뿌리를 내리고, 우리가 숲이 되는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