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전학을 갔다.
지금처럼 이사가 빈번한 시대에는 전학이 무슨 큰 일일까 싶지만 한 학년이 3반, 한 학년 전체가 140명(!?) 남짓했던 나의 국민학교 시절에는 3학년이 될 때까지 누군가 전학 온 적도, 전학 간 적도 없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아이들과 소개 없이 그냥 어울려 놀았던 그 시절, 누군가와 이별이란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실제로는 그리 친하진 않았는지 같이 놀았던 기억도 없는데, 전학 간다고 그 친구의 실내화 가방을 들고 1층 학교 현관까지 따라가 배웅하며 건넸던 기억이 난다.
브런치에서 신기한 시스템 중 하나는 프로필 밑에 있는 구독자와 관심작가 표시이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와 내가 관심을 갖고 글을 읽는 작가가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구독자는 내가 조절할 수 없지만 관심작가는 조절할 수 있기에 조금씩 수를 늘려가고 있었는데
숫자가 줄었다!
구독자가 줄어드는 것은 마음에 상처다. 분명 내 글의 주제나 실력이 구독자 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줄어든 것일 테다. 마음이 심란해져 시원한 커피를 괜스레 한잔 더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혀줄 책을 찾아본다.
하지만 관심작가가 사라진 것은 상처가 아니라 충격이다.
홀연히 떠나버리신 작가님과 사라진 글들.
심지어 나는 이 작가님 필명을 기억하고 있다. 며칠 전 내 생각을 끄적끄적 적은 댓글에 놀랄 만큼 긴 답글을 달아주신 이 작가님은 엄청난 구독자 수에 비해 관심작가는 손가락 숫자도 안 되었다. 그럼에도 글을 발행할 때마다 어떻게 아셨는지 라이킷을 꾸준히 주시더니 얼마 전에 구독을 해주셨다!
많은 작가님들이 그러시겠지만 구독자가 늘어날 때 연락 오는 알림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 글을 보고 구독하신다고?'
'이렇게 잘 쓰시는 분이 구독하신다고? 글을 더 가다듬어야겠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몇 명이나 보겠어. 일기장으로나 써야지.' 했던 편안한 마음에 요새는 '이거 올려도 되나.' 고민이 들기도 한다.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배워 가는데, 그 밤에 온 구독과 댓글 알림, 잘 보고 있다는 장문의 응원은 순간 부담도 되었지만 기쁘기도 하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 기억하는 글의 제목으로 아무리 검색을 해도 작가님의 글과 그 댓글은 나오지 않고, 작가명을 찾아봐도 다른 분만 나온다.
어제 읽은 주디스 홍 작가님의 글이 기억난다. (태풍에 안부를 물으시는 작가님의 글. https://brunch.co.kr/@fc5cdd639812409/47)
관심작가님! 어디로 전학 가셨나요? "오겡끼데스까?" 잘 계시나요? 흑흑흑.
어제 업데이트 이후 사라지신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제 착각이겠죠.
어디서 답변을 들을 수도 없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