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부모 공개수업날은 아마 모든 학교가 개교 이래 최고의 북새통이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대부분의 공개수업은 원격수업 또는 녹화로 이루어졌다.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 방송들의 제작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져 생생한 화면과 고음질의 소리로 전달됨에도 공개수업 화면은 최대한 많은 학생을 한 번에 담기 위해 교실 한쪽 끝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가장 멀리 앉은 아이는 옷차림으로 겨우 알아볼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예전 같으면 학생들이 더 이상 공개수업에 부모님들 오시지 말라고 하고 학부모들도 공개수업에 크게 관심이 갖지 않을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참석이 가능한 부모를 비롯하여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까지 모든 가족이 학교에 총출동하여 교실 뒤편은 물론이고 학생들 책상 사이사이까지 서야 할 정도였다.
"자,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던 소리가 삽시간에 사그라들었고 순간 교실은 조용해졌다. 교실 뒤편의 째깍째깍 시곗바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진 가운데 오랜만에 부담스러운 수백 개의 눈동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이자 긴장감이 살짝 더해졌다.
짝짝짝.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박수를 쳤다. '킥킥' 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작게 들리고 오히려 내가 조금 머쓱해졌지만 적막감이 흐르던 교실의 전체적인 긴장감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국어 진도 상 마침 글 쓰는 방법을 알려줄 예정이었던 터라 그날의 주제를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가족과 즐거웠던 일로 잡았었다.
"속초 놀러 간 거요."
"제주도 간 거요."
"같이 캠핑한 거요."
"공원 간 거요."
학생들에게 가족들과 지난 1년간 가장 인상 깊었던 일들을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발표를 잘해주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다들 가족들과 의미 있게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었다. 수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글을 완성한 친구들 뿐만 아니라 미처 완성하지 못 한 친구들도 쓴 만큼 발표를 하였다. 다만 몇몇의 발표에 있어 소극적인 학생들은 끝끝내 발표하려 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수업이 무사히 끝나고 가족과 함께 돌아가는 학생들을 배웅한 뒤 교실 한편에 쌓인 학부모님들의 공개수업 평가지를 모아 의자에 앉았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께서 '직접 눈으로 자녀들의 수업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고 적어주신 참관 소감을 읽다가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네요.'
무슨 의미인지 의아했지만 차마 물어보기에는 조심스러워 곧 있을 학부모 상담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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