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학부모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가 오프라인으로 열려 많은 학부모가 학교로 와서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신문 기사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엄마의 옷차림 700만 원.
이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학부모들의 허영심, 사치, 낭비 등을언급하며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다고 대한민국 엄마들의 돈 씀씀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다.
하지만 만약 엄마가 다른 학부모보다 나이가 많아 아이가 놀림받을까 두려워 피부과에서 비싼 시술을 받았다면 어떨까.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 오래전 학부모상담 때 늦둥이 아들이 엄마 나이가 너무 많아 할머니 같아 보인다며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던 얘기를 교사인 내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셨을 때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 하며 뭐라고 주저리주저리 수습을 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이라면 다들 열심히 관리하니 그분도 그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기 위해 피부과에서 여러 번 시술을 받으셨을 수도 있겠다.
그럼 비용이 상당할 텐데 이런 이야기는 기사에 날 수 있을까?
맨위 링크한기사에서 어떤 부분의 금액이 얼마여서 계산이 700만 원 인지는모르겠다. 남자 교사인 내 눈에는 학부모 공개수업에 오신 분들이 다 비슷하게'신경 써서 옷차림준비하셨나 보구나.'라는 정도의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학부모 공개수업, 학부모 총회에 임하는 학부모들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코로나로 인해 몇 년 만에 학교에 참석하는 학부모 공개수업, 학부모 총회인가. 아마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화장도 하고 머리도 하고 옷차림도 살피셨을 테다.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히학급 담임 선생님과 다른 엄마를 의식해서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이렇게 공들이는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내 아이를 위해서다. 학부모 공개수업 때의 엄마는 집에서 흔히 보던 옷차림, 평소 엄마의 모습이 아닌 아이의눈에 다른 누구보다 가장 예쁘게 보여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엄마, 왜 이렇게 입고 왔어!"
이런 말을 듣고 싶은 학부모가 있을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아이가 몇 학년이든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나면얼른 하교 인사를 한 뒤 엄마에게 달려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말을하면 엄마들은세상 다 가진 미소를 짓는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담임교사에게도 흐뭇함과 행복이 전해오는데당사자인 엄마는 어떠할까. 이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얼마가 적정할지 책정할수는 없지만 몇 년 만의 한번, 그리고 내년부터다시 못 할 수도, 혹은 앞으로 참석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용한 범위 안에서 무리를 해서 준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이 글의 끝이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나고 하교할 때'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와 학생들이 함께 집으로 가버린 바람에 정작 공개수업 이후 이어진 학부모총회에는 엄마들이 없었다는, 총회도, 결말도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린 얘기로 되어버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