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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너만 보여.

2. 초등 학부모는 왜 무너지는가? -3

by 파이프라인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3/19/YIJERXETCVGOBIRBNBZ2MEBE24/


올해는 학부모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가 오프라인으로 열려 많은 학부모가 학교로 와서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신문 기사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엄마의 옷차림 700만 원.


이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학부모들의 허영심, 사치, 낭비 등을 언급하며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다고 대한민국 엄마들의 돈 씀씀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다.


하지만 만약 엄마가 다른 학부모보다 나이가 많아 아이가 놀림받을까 두려워 피부과에서 비싼 시술을 받았다면 어떨까.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 오래전 학부모상담 때 늦둥이 아들이 엄마 나이가 너무 많아 할머니 같아 보인다며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던 얘기를 교사인 내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셨을 때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 하며 뭐라고 주저리주저리 수습을 하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이라면 다들 열심히 관리하니 그분도 그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기 위해 피부과에서 여러 번 시술을 받으셨을 수도 있겠다.

그럼 비용이 상당할 텐데 이런 이야기는 기사에 날 수 있을까?


링크한 기사에서 어떤 부분의 금액이 얼마여서 계산이 700만 원 인지는 모르겠다. 남자 교사인 내 눈에는 학부모 공개수업에 오신 분들이 다 비슷하게 '신경 써서 옷차림 준비하셨나 보구나.'라는 정도의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학부모 공개수업, 학부모 총회에 임하는 학부모들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만에 학교에 참석하는 학부모 공개수업, 학부모 총회인가. 아마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화장도 하고 머리도 하고 옷차림도 피셨을 테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히 학급 담임 선생님과 다른 엄마를 의식해서 준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이렇게 공들이는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내 아이를 위해서다. 학부모 공개수업 때의 엄마는 집에서 흔히 보던 옷차림, 평소 엄마의 모습이 아닌 아이 눈에 다른 누구보다 가장 예쁘게 보여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엄마, 왜 이렇게 입고 왔어!"


이런 말을 듣고 싶은 학부모가 있을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아이가 몇 학년이든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나 얼른 하교 인사를 한 뒤 엄마에게 달려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말을 하면 엄마들은 세상 다 가진 미소를 짓는다. 광경을 지켜보는 담임교사에게도 흐뭇함과 행복이 전해오는데 당사자인 엄마는 어떠할까. 이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얼마가 적정할지 책정할 수는 없지만 몇 년 만의 한번, 그리고 내년부터 다시 못 할 수도, 혹은 앞으로 참석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용한 범위 안에서 무리를 해서 준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 글의 끝 학부모 공개수업이 끝나고 하교할 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와 학생들이 함께 집으로 가버린 바람에 정작 공개수업 이후 이어진 학부모총회에는 엄마들이 없었다는, 총회도, 결말도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린 얘기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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