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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Nov 19. 2020

비가 쏟아지는 아침, 엄마는 울음을 삼켰다

초등학교 3학년 기쁨이가 오늘은 학교에 가야 해요. 온라인 수업 이틀, 학교 등교 3일 중 하루거든요. 어젯밤부터 안 가겠다는 아이와 한참을 이야기했어요. 아이의 이유는 영어 선생님이 너무 무섭대요. 온라인에서 수업 영상에 뵈면 친절해 보이셨는데, 직접 수업할 때는 무서우신가 봐요. 다소 엄격한 담임선생님과도 이제 적응이 되었는데, 영어 선생님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려나 봐요.


 기쁨이가 3학년이 되면서 어느 순간 한글을 읽어요. 어찌나 기특하고 신기한지, 글씨를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신나 했어요. 더구나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하면서 제가 옆에서 봐줄 수 있고, 학교에서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줄이니까 걱정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아주 잠시, 현실 도피였던 것도 같아요.

 2학기 들어서, 등교일이 많아지면서 마음 고민이 쌓여가네요. 글씨 외의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없지만, 글씨가 늦는 상황은 여러 가지 벽에 부딪쳐요. 특히, 학교 장면에서요. 다른 아이들이 읽고 문제를 풀어내는 시간의 차이가 생겨요. 딸은 친구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하지만, 학교 수업 시간 빠듯한 중에 저희 아이만 기다려 줄 수도 없어요. 학교 다녀오면 얼굴 표정도 좋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나올 때도 있어요. 등교일이 짧다 보니, 숙제 검사 시간, 수행평가 시간들로 빡빡하게 진행되나 봐요. 수행평가를 볼 때마다 아이가 스트레스받는다는 것이 티가 나요. 


 저는 이야기하죠. 점수는 누구랑 비교의 의미가 아니라고. 너의 지금 상태를 확인하고 노력하면 된다고요. 물론, 아이에게 와 닿지 않을 테지만요. 점수가 공개되고, 아이들끼리 몇 점이니 할 테고, 그럼 자기 점수가 몇 점인지도 알고, 아이들에게 자랑할 만한 점수가 아니라고 바로 아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얼마 전에는 수학 20문제 중에 7개 맞았다고 좋아했어요. 수학을 문제로 풀면 다 풀 수 있는데, 문제가 길어지고, 글씨가 빽빽한 시험지를 접하니까 멘붕이었나 봐요. 한 문제도 못 풀고 왔더라고요. 그랬다가 7개 맞았다고 엄청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 뒤의 말이 저희를 씁쓸하게 했어요. 


"엄마, 내 옆에 앉은 친구는 한 개 틀렸는데 엄마한테 맞는다고 속상해했어. 안 됐지.."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를 보내며 마음 졸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도 찾아보는데 뾰족한 수도 없고요. 아이가 발달하는 속도를 재촉할 수도 없어요. 자기의 속도로 가고 있는 아이니 까요. 1년 다녔던 센터도 현재 단계에서 프로그램 진행이 전면 취소되어 센터도 쉬고 있어요. 


 어제, 아이의 마음이 봇물 터지듯 튀어나왔어요. 엊그제, 마음사전을 만들면서 '부끄럽다'는 감정의 상황을 적었어요. 무심코 아이가 던진 말에 저도 놀랐어요.

"영어 시간에 성적표가 공개될 때 내 점수에 너무 민망했어요. 그때 부끄러웠어요."


 영어단어도 글씨라서 아이는 그림처럼 인식하고 있어요. 파닉스처럼 글씨가 조합되어 읽히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영어에서 또 발목이 잡힌 거죠. 아이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는 말에 제 가슴이 쿵 했어요. 생각 못했어요. 아이들 사이에서 점수로 자신이 평가되고, 부끄러워했다는 말에요. 그런 상황들을 엄마한테도 감췄더라고요. 이 말이 나오고 나니, 용기가 났나 봐요. 어제는 영어시간이 너무 무섭다며, 학교에 가고 싶지 않대요.  선생님이 너무 무섭게 말하고, 놀란 적이 있어서 눈물을 흘리며 가기 싫다고 하는데, 저도 방법이 없었어요. 


 미리 가지 않기로 결정되었던 것이 아닐 때 가기 싫다는 말로 가지 말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저의 원칙으로 먼저 정한 것대로는 움직이는 걸로 정했어요. 결론은 학교를 가는 거죠. 아이는 안 가고 싶어 했지만, 저도 밤새 내내 고민해도 결론은 같았어요. 대신에, 영어 선생님이 아이의 상황을 모르실 수 있어서 아침에 담임 선생님께 전화는 드렸어요. 맞았더라고요. 영어 선생님께 전달이 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알려 주십사 부탁드렸어요. 교육은 학습을 하는 아이의 상황에 맞추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으로 맞춰줄 수 없는 학교라 하더라도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진행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저는 아이를 대신하여 표현하고, 올바른 대우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죠.


 오늘 아침, 비가 정말 많이 오네요. 날은 어둡고, 기쁨이는 일어나자마자 울상이에요. 그래도 어떡해요. 달래고 달래서 집을 나섰어요. 그때부터 아이는 울었어요. 눈물이 멈추질 않는대요. 제가 조금 앞서 나가다 뒤돌아 보니, 아이가 없어요. 조금 기다리면 쭈뼛쭈뼛 와요. 다시 또 걷다가 뒤돌아 보면 아이가 없어요. 저 멀리서 눈물을 닦고 있는 아이가 보여요. 저는 억장이 무너지네요. 눈물이 차오르고, 주저앉아 울고 싶지만, 입술을 깨물어요. 울음을 삼키고, 고개를 흔들어 눈물을 다시 넣어요. 아이에게 오늘은 다를 수 있다며, 3시간만 지내보고 오자고 말했어요. 해 보자고, 용기 내 보자고, 네가 혼나야만 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혼내시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다 공중으로 날려갈 이야기들이지만, 아이에게 말했어요. 저에게 해 주는 말이기도 했어요. 버텨내자고, 아이 옆에서 있어 보자고, 방법을 찾자고요.


 아이는 들어갔어요. 다행히 들어갈 때는 눈물 닦고, 그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들어갔어요. 그제야 눈물이 쏟아져요. 저 굵은 빗방울들처럼, 제 눈물도 쏟아져요. 


'기쁨아, 사실은 엄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학교에 너를 보내는 것이 맞는 건지, 어떤지도 모르겠어. 엄마도 안 보내고 싶은데.. 엄마도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한참 울고 나면, 저도 속이 시원해져요. 그나마라도 흘러버려야 마음 가볍게 머리도 굴릴 수 있어요. 일단 오늘 아이 하교 후에 만나서 생각하려고요. 잠시, 저도 충전하고, 아이 만나보면 또 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이 아니라, 저와 기쁨이의 답으로 길을 찾아가렵니다. 이 소신으로, 오늘도 엄마는 아이를 두 팔 벌려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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