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상담사 Uni Apr 28. 2021

너나 잘하세요!!!

 지난 주말에 둘째 딸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섰어요. 느지막이 움직여서 둘째가 좋아하는 프리파라 가차샵에 가서 만원을 선물로 주었죠. 통 큰 엄마처럼, 자, 마음껏 써~~ 하며 프리파라 게임도 하고, 피규어 뽑기도 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퍼즐을 뽑고 싶어 했는데, 어쩜 그리 원하던 캐릭터들만 나오는지요.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엄마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저희를 축복해 주듯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저녁까지 마녀와 호러 컨셉의 식당에서 재밌게 마치고, 어둑해진 밤, 버스를 타러 움직였습니다. 횡당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저희보다 앞쪽에 서 있던 20대 후반쯤의 남자 2명이 약간 술이 들어간 듯 가까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워낙 옆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도 많고, 너무 잘 들리는 타입이라 눈길이 갔죠. 목소리도 크셨고요.

모자를 쓰고, 팔과 종아리에 글씨로 쓰인 타투들도 보이고, 패셔너블하게 옷을 입은 분이 친구인지, 후배인지 상대에게 계속해서 지적을 하고 있었어요.


"안경 마음에 안 들어. 렌즈로 끼고, 티셔츠는 이게 뭐야. 이것도 마음에 안 들어. "


 의상 체크해 주나 싶었는데, 점점 심해지는 거예요. 바지며, 신발이며, 머리스타일도 다 이상하다며 걱정해 주는 건지, 비난을 하는 건지 사람도 많은 대학로 신호등 앞에서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는 제가 슬슬 화가 나더라고요. 자기도 그리 뛰어난 것 같지 않은데, 하물며 완전 패피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되죠. 갑자기 저도 열 받으면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봤던 명대사들이 줄줄줄 나옵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까만 선글라스의 긴 머리로 금자씨가 했던 말. 작년에 드라마에서 현실감각이 없다고 자신을 찼던 남자 친구에게 오랜만에 만나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말이었어요.


'너나 잘하세요!!! 네가 뭔데 어디서 나한테 지적질이야!!!!'


 원래 저는 화내거나 격하게 말하지 않던 사람이에요.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하고 살았죠. 그랬던 사람이 얼마 전부터는 작은 일에도 화나는 감정이 훅 올라오고, 상대에게 당당히 말도 먼저 하고 있어요. 가끔은 수위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음을 후회하지만, 이제는 억지로 참거나 누르거나 뒤에서 땅을 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려 해도 잘 안 되었는데, 요즘 확실히 저를 존중하고, 저의 경계를 단단히 세우고 나니 부당함과 무례함에 감수성이 깨어나고 있어요.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할 권리는 없어요. 화가 났다고 해서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고, 무시하고, 때릴 권리는 없어요.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면, 자신은 모자라고, 감정 조절도 못한다고 동네방네 알려주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존중받아야 해요. 누구든 나에게 평가하고, 지적하면 '너나 잘하세요.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요. 내게 부족한 점만 알려줘도 나는 변화하고 성장할 거니까, 주제넘은 친절은 됐어요.!!!'


부족하거나 안타까운 모습을 도와주고 싶다면, 사려 깊게 대해 주세요. 존중하는 마음으로 전달해 주세요. 당신은 내가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해서 내 마음대로 이야기하면 좋아요?



 이 글을 쓰고 나서, 문득 이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도 그 사람에게 함부로 평가하고 있었구나를요. 저도 제가 잘해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폭력의 아픔을 이겨낸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