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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26. 2022

3년 만에 드림보드 속 그 집에 갔다

INFP 엄마와 ENFP 딸의 여행기 2

 3년 전, 커다란 캔버스에 저의 드림보드를 만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꿈들을 생각하고, 그것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붙여 놓았어요. 날짜도 적어놓고, 싸인까지 멋지게 해 놓았어요. 제가 상담사로서 갖고 싶은 모습으로 차를 대접하는 이미지도 찾고, 닮아가고 싶은 정혜신 박사님의 모습도 넣었어요. 젊은 시절부터 꼭 해 보고 싶었던 라디오 DJ의 꿈, 사람들이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치유의 숲, 제주도에 두고 싶은 나만의 별장과 자주 오갈 수 있게 전용 비행기까지요. 드림보드를 만든다고 꿈이 다 이루어지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생하게 꿈꾸면서 가 보는 거예요. 나의 꿈, 내가 살고 싶은 모습에요. 어쩌면 꿈꾸는 몽상가 유형인 INFP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2년 전에 프로필 사진을 찍었어요. 한옥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하하 호호 웃으며 찍었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지인이 댓글을 달아줬어요. 드림보드의 사진과 너무 비슷하다고요. 저도 다시 찾아봤더니 제가 원했던 사진과 닮았더라고요. 고개 각도와 뒷 배경의 모습들까지도요. 뒷목 쪽에 쭉 소름이 돋으면서, 아, 내가 원했던 것이 이루어지는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이런 사진을 찾지 않았어도 프로필을 찍었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 제가 원했던 것이 들어가니 달라지는 거죠. 그럼, 앞으로도 꿈을 열심히 꾸겠죠. 제가 원하는 것들이 이뤄질 거라 믿으니까요.


 이번 생일에는 드림보드 속 제주의 집을 가고 싶었어요. 사실 제일 먼저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거든요. 제주의 펜션 사진이니, 마음만 먹으면 바로 갈 수 있었던 거죠. 그곳을 3년 동안 미루고, 있었어요. 가끔 마음먹고 예약 검색해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늘 꽉 차 있고, 비어있는 일정이 저와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요. 그렇게 미뤄 둔 곳을 저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어요. 자기 전 뒤척이고 있다가, 일어나서 얼른 검색을 해 봤더니 서프라이즈!!! 1월 한 달 중, 제 생일에만 딱 비어있는 거 있죠. 그것도 제가 묵고 싶었던 방만요. 이건 우주가 저를 위해 준비해 놓은 거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예약하고, 입금까지 했어요. 미뤘다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요.

  이곳에 왜 그렇게 가고 싶었는지 저도 모르겠었어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았던 펜션이었는데, 제 마음에 계속 남아있어서 드림보드에까지 올려놓았던 것 같아요. 무엇이 저를 끌어당겼을까요? 그 답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사장님이 아침 일찍 보내준 문자의 주소를 찍고 도착했는데 네비가 계속 자리를 못 찾고 돌고 돌았어요. 결국 대충 세워서 집을 찾아보자 했는데요, 다행히 저의 이런 모습을 이해해 주는 ENFP 유형의 딸이라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보냈어요. 주소도 미리 알아보지 않았냐고 꼼꼼하지 않다고 질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ENFP 유형의 딸은 집을 찾다 말고, 오히려 그곳에서 새로운 용천수를 발견하고 저보고 와보라고 하네요. 사진도 찍고 멋진 곳이라며 호기심을 발동합니다. 그렇게 30분을 돌고 돌아서 직감적으로 저기 다 싶은 곳을 찾았어요. 벽에 나 있는 큰 창이 보였거든요.


 "저기다!!! 찾았다!!!"

   


 마당에 대문이 나 있었는데, 열리질 않아서 또 딸과 함께 끙끙대다가 딸이 넘어가겠대요. 행동으로 먼저 옮겨보는 딸이 몸을 써서 문을 열어줬어요. 알고 보니 밖으로 잡아당기면 열리는 거였더라고요. 둘이 또 하하호호 웃고 넘깁니다. 드디어, 3년 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이 집에 발을 디뎠어요. 마치, 꿈속의 집처럼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이곳에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본 것이 3년 전이니 세월이 흘렀을 텐데도, 집 안의 모습은 깨끗하고, 정갈하고, 따듯했어요. 상상하고 꿈꾸던 그대로라서 사장님께 진심 고마웠어요.


  침실, 거실, 부엌, 화장실, 바다가 보이는 창이 큰 서재까지도 신이 나서 돌아봤어요. 예쁜 테이블보를 더럽힐까 봐 음식도 흘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먹고요. 빨강, 파랑 슬리퍼도 예쁘다며, 색깔 정해서 신고 다니고요. 화장실도 바로 바닷가 옆인데 따듯한 물도 잘 나오고, 아늑하더라고요.


 머릿속으로만 꿈꾸던 곳이 만져지고, 앉아서 볼 수 있다니, 신비한 하룻밤을 보냈어요. 엄마의 숙소 취향을 신뢰하지 않던 딸도 여기는 너무 좋다며 엄마 따라오길 잘했다고 하네요. 원래는 혼자 오고 싶었던 곳인데, 딸이 안 왔으면 너무 섭섭할 뻔했어요. 15년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40년 넘는 삶 속에서 온전히 혼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롯이 홀로 보내고 싶었는데, 창 밖이 아무 소리도 없이 새까맣더라고요. 딸이 있어서 든든하고, 덜 적적했어요.  혼자 왔으면 좀 무서울 뻔했어요. 침대도 두 개가 있었는데, 한 침대에서 같이 누웠답니다.


 하룻밤을 보내고 오니, 저에게 돌아갈 곳이 필요했나 봐요. 어딘가 나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공간이요. 엄마로, 아내 또 어른으로 살다 보니 현재의 집이 아닌 곳을 꿈꿨던 것 같아요. 생일에 나에게 준 선물로 매 순간순간 살아 있었어요.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듯요.

대단한 꿈만 중요한가요. 마음속에 떠올랐던 것을 이루 순간도 소중해요. INFP 유형의 소소한 행복이랄까요.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딸도 자기 마음 속의 목소리를 듣고, 소중히 여기며 꿈을 이뤄가지 않을까요. 그러하길요.


#우주는내편이니까 #INFP

#내가원하는것이이루어지다 #생일선물 #내가나에게선물하기 #드림보드이루어지다 #섬집오후 #꿈이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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