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상담사 Uni Jan 27. 2022

제주 섬집 오후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

INFP 엄마와 ENFP 딸의 여행기

 제주, 저의 드림보드 속 그 집인 '섬집 오후'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어요. 이럴 땐 INFP 유형인 저도 꿈을 구체적으로 꿉니다. 육감적이고 직관적인 N 성향이 강해서 막연하게 생각하고, 상상할 때도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디테일하게 이런 건 꼭 하고 싶다는 디테일도 생겨요. 이 집에 하룻밤 머물며 경험하고 싶었던 일은요. 바로 앞에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통창 앞 책상 앉기였어요. 늘 저곳을 동경했죠.

 작가의 서재처럼 왠지 저곳에 앉으면 글도 잘 써질 것 같고, 영감이 팍팍 떠오를 것 같지 않나요. 매일 보면 감흥이 떨어질지 모르지만요.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고 싶었지만, 참았다가 맨 마지막에 느낌 고이 간직하고 싶어 짐까지 다 풀고 서재로 향했어요. 상상으로만 앉아보던 이곳에 드디어 의자를 살살 들어 뒤로 빼고 조심조심 앉았어요. 아, 역시나, 앞에 검은 바위와 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다니, 무아지경이 따로 없어요. 마치 바다 위 떠다니는 배 속에서 바라보는 듯, 황홀하더라고요. 여기에 앉아서 오래오래 있고 싶었어요.


 밤에는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시간 동안 일을 했어요. 여행 와서도 일이라니 미안했지만, 각자의 시간도 필요하죠. 사춘기라 저에게 바리게이트를 치면 서운하면서도 이럴 때 이해해 주니 고마워요. 고마운 마음 꼭 표현해주고요.


 디지털 노드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껴보고 싶었어요. 마침, 밤 10시 온라인 미니강의가 있어서 작정하고 이 책상에서 진행했어요. 살짝 걱정했는데, 바닷가 앞이라도 온라인 끊김 없이 아주 잘 돼요. 여행하며 일하기. 시스템을 만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벽에도 작정하고 일찍 일어났어요. 꿈꾸던 로망들 폭발했네요. 한 번도 내려보지 않았던 커피도 내려보고, 깜깜했던 새벽부터 동이 터서 밝아질 때까지 글을 썼어요. 제주 맞다고 알려주는 듯 바람도 세게 불어주네요. 커피 향기랑 바로 앞 갈대의 흔들리는 바람소리, 바다의 작은 움직임들. 이 순간, 세포 하나하나들에 저장했어요. 지금도 그곳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느긋한 아침까지도 꿈꿨지만, 딸의 소원 이루러 가야 하다 보니, 일찍 나오게 됐어요. 아침은 스피드 하게 짜장라면 한 접시 만찬으로 딸과 이곳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아침에 작가의 시간 보내며 여유 부렸다가 출발하기 전에 부랴부랴 움직였네요. 융통적인 인식형의 P 성향이 이럴 때는 조금만 계획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시간 분배만 잘하면 딱이겠는데 말이죠. 급히 정리하고, 마지막 점검하는데 딸이 방명록에 글을 써놨더라고요.


'일박이었지만 경치도 좋고, 고양이도 좋았어요!'


 , 짧은 감동과 뿌듯함을 느끼며, 1분이 아쉽지만 저도 발자취를 남겼죠. 사춘기 딸도 저절로 방명록 글 쓰게 만드는 섬집 오후, INFP 엄마와 ENFP 딸에게 완벽한 충전이었어요. 서로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들어주며 만족할 수 있는 시간.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제주섬집오후 #섬집오후물안채 #INFP휴식 #INFP사는법 #INFP엄마 #바다가보이는창가 #디지털노마드라이프시작 #내가진짜원하는것알아차리고이루기

매거진의 이전글 3년 만에 드림보드 속 그 집에 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