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려 들 때, 여배우처럼 걸어보기

엄마는 딸의 팬클럽 0호

by 마음상담사 Uni

2. 움츠려 들 때, 여배우처럼 걸어보기


딸아, 사춘기가 되면서 사람들 이목이 집중될 때 네가 신경 쓰는 모습이 보였어. 발레 선생님께서도 네가 자꾸 고개를 숙인다고 하시고, 엄마도 느꼈어. 모임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대도 고개를 숙이거나 땅을 쳐다보는,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라 참 낯설고 걱정되더라.


생각해 보면, 엄마도 사춘기 때 그런 일이 있었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많이 의식되더라. 다들 나만 보는 것 같고,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지. 머리 모양도, 옷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수군대는 소리만 들려도 내 이야기하는 것 같고. 밖에만 나갔다 들어오면 피곤할 지경이었지. 방에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했지.


엄마가 고등학생일 때 다리가 휘어서 무릎이 붙질 않으니 안 예뻐 보였어. 그때 미인대회나 모델대회를 TV에서 보면 그 사람들은 무릎을 스치면서 X자로 걷는데 예쁘더라. 엄마도 다리 휜 걸 감추기 위해 한참 그 걸음을 연습해서 걸었지. 어느 날 한 친구가 엄마 뒤에서 “쟤는 걸음이 특이하지 않아?”라는 말이 딱 들렸어. 엄마한테 한 말인지, 욕을 한 건지, 칭찬을 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에 딱 꽂혔어. 나를 재수 없다고 할까 봐 걱정됐지. 그날부터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듯 걸었단다. 무릎을 붙이지 않고 약간 힘이 빠진 듯이 걷기도 하고. 남들의 이야기, 평가, 시선이 더 중요했고, 엄마 마음의 왕좌를 차지한 거야. 아니, 주인의 자리를 내어 준 거지. 아무도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이야.


딸아, 나를 더 돋보이고, 빛내고 싶은 건 아름다운 일이야.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돋보이려 한다면 마음에 불편함이 생기지만, 내가 나를 챙겨주는 건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일이란다.

세바변.jpg 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포스터

얼마 전에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봤어. 첫 시작은 그 주인공의 발검음으로 시작한단다. 여성 변호사가 없던 시절,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용기를 냈어. 엄마는 여러 장면 중에 첫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 꿈의 첫발을 내딛는 법대에 입학하던 날, 입학식에 참여하기 위해 걸어가는 주인공의 걸음이 엄마는 인상 깊었어. 구두를 신고, 무릎을 부딪혀가며,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딱, 딱, 딱, 딱, 소리를 내며 한 걸음마다 힘 있게 내딛고 걷는 모습이 뇌리에 박히더라.


그 뒤로 엄마도 지치거나, 의기소침해지거나 기운이 없을 때는 주인공의 걷던 모습을 떠올리고, 자세를 고쳐서 걸어본단다. 다리에 힘을 주고, 어깨를 딱 펴고, 세상 가장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한 걸음만 걸어도 의욕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야. 눈에도 힘이 딱 들어가고, 얼굴도 여유 있게 활짝 펴지는 것 같아. 기분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찬 모습으로 걷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내 안의 에너지가 전환되는 것 같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보는 거야.

세바변2.jpg 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포스터

‘힘을 내 보자. 나는 내 안의 힘을 믿는다. 나는 걸어간다. 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 가족이 너무 좋아서 2번이나 극장에 우르르 몰려가서 감명 깊게 봤던 영화 ‘겨울왕국 2’ 있잖아. 마침 네 생일 즈음에 보고, 선물로 고른 것도 엘사 인형이었지. 엘사가 너무 좋았다고, 집에서도 아빠가 말 역할을 하고, 너랑 동생이 아빠에게 업혀 엘사가 말을 타고 하늘을 날 듯 한참을 따라 했었잖아. ‘겨울왕국 2’에서 엄마는 이 대사가 기억나더라.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땐, 우선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엘사도 미래가 두렵고, 신호를 보내는 목소리에 불안했고, 움츠려 들었지만, 결국 한 걸음씩 앞으로 가 보잖아. 가고, 가고, 가 보면서 확신을 얻어 가면 진짜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에 폭발적인 힘이 나올 거야.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서 해 보는 거야.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에게도 안심시켜 주는 거지.


앞길이 막막하고, 불안할 때 있지? 당장은 아무 문제없는데, 앞으로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등등 가만히 있다가도 걱정되는 일들이 막 머릿속에서 펼쳐질 때가 있어.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서 구만리 같은 앞길이 깜깜한 터널 속으로만 파고 들어갈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은 스탑! 멈추는 거야. 머리를 잠깐 흔들어 털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면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일을 하자. 먹고 살 일이 걱정되면 취업을 위해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사업 계획서를 짜보는 거지. 엄마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 마음속으로만 고민하고 망설일 때가 많은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움직이고 행동해야 변화들이 이뤄진단다.


딸아, 주위 시선이 너무 의식되고, 신경이 쓰이면 나 자신한테 주문을 걸어 줘.

세바변4.jpg 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포스터

‘나는 괜찮다. 나는 언제나 괜찮다. 고개 들고, 한 걸음 가 보자.’


그래도 안 될 때는 뒤를 돌아보렴. 너를 이 세상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하는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가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늘 연구하고 있으니까 뒤도 한 번씩 돌아봐줘. 엄마는 언제나 너의 팬클럽 0호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