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과 앞말 사이 1

개인 관계 편

by 아라

일터에 소속되어 있다 보면,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 과정에서, 집단에서의 회의 과정에서

종종 뒷담화, 뒷말이 생겨난다.

살아오면서 나 역시 손쉬운 뒷말들에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사람'에 대한 뒷말이 가장 흔하고, 회의 결과에 대한 뒷담화도 있었고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뒷담화도 있었다.


특히 '사람', '개인'에 대한 뒷말은,

참여하고 나서 집에 오면 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후회가 되었다.


그러다 언젠가 우연히 이런 문장을 보았다. (엘리노어 루즈벨트가 한 말이라는데 직접 출처 확인은 못 했다)


"위대한 사람은 사상을 이야기하고, 보통 사람은 사건을 이야기하며, 옹졸한 사람은 남을 이야기한다."


'위대해지고 싶다'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 쪼그라드는 느낌이 싫었고 옹졸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불편한 감정을 나 자신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런 말을 하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뒷담화는 가장 비겁한 공격"이라고 했다는데,

내가 불편했던 이유는 이것에 가까웠다.

비겁한 행동을 하는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뒷말을 하지 않으려니, '앞말'을 해야 했다. ㅎㅎㅎ


문제는 앞말을 할 때, 때로 상처를 준다는 것인데,

그래도 뒷말보다는 낫지 않을까. ㅋ

나 스스로 위선자가 되거나 거짓된 말과 행동은 하지 않았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상대와의 관계가 좋아지길 원하기 때문이었으므로,

더 좋아질 개선의 여지도 남아 있게 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일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를 고려하면

상대는 나의 말이 기분 나쁘거나 불쾌하거나 화가 날 수도 있다.

사실 감정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은 상대방의 것이지 나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 감정을 타인이 책임질 수 없듯이,

타인의 감정도 내가 책임질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나는 내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이자 결과로서 감수할 것이 생길 수 있다.

그가 나와 손절하거나 더 이상 만나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다.

그와의 소중한 관계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또 그가 나와 멀어지기로 결정했다면 그건 그의 결정이므로 존중해야 한다.


비장하게 말했지만 ㅎㅎㅎ

과도한(?) 각오 덕분인지, 운이 따라서인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달아 끝난 관계는 아직까지는 없었다. ㅎㅎㅎ

또 학교 선생님이라든지, 유효 기간이 있는 관계들도 많은데,

그건 그 시점까지만 잘 버티면 잘 끝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진짜 큰 문제(=성폭력이라든지)가 되면 그건 신고하고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ㅎㅎㅎ


오히려 나의 경우는 대체로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0년 간(오래 전은 생각 안 남 ㅎㅎ) 한두 번쯤,

아,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데, 하는 사람들을 만난 사건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대체로 '그래도 보텨 보자', 하고 결심한 절묘한 시점에 대부분

그가 알아서 떠나갔다. ㅎㅎㅎ


뒷말보다 앞말이 낫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나에 대해서도 앞말을 해 주는 사람들이 좋다.

앞말은 잠시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져올 때가 있지만 궁극에는 감사하게 된다.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작은 말과 행동의 변화를 시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사할 일이다.


남의 뒷말에 대해서는,

다른 데 옮길 생각만 하지 않으면 결국 기억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다른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것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ㅎㅎㅎ


또 나의 뒷말에 대해서는,

내가 내 뒷말을 직접 들을 일은 없으니(=나한테 직접 하면 그건 앞말이다)

내가 대책을 세울 일은 아니다. ㅎㅎㅎ


다만 혹시 뒷말을 나 위한다며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그를 멀리할 생각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말이라고 하면서 나에 대해 더 많은 뒷말을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남의 입을 빌어서 하는,

뒷말을 한 사람보다 더 비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그렇게 해서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이제 앞말 뿐이다. ㅎㅎㅎㅎㅎ

뒷말보다는 앞말을 잘 해 볼 작정이다.


앞말을 하려면,

뒷말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려를 해야 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진짜 이 말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의 경우는 대체로

아우, 몰라 몰라, 골치 아파.

아우 모르겠다. 나나 신경 쓰자.


그저 대부분의 결론을 '나나 잘 하자'가 된다.


그것도 좋은 일이다. ㅎㅎㅎㅎㅎ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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