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사무실이 위치한 공간은 2층입니다.
제가 등지고 앉은 벽의 창문을 통해 사무실 마당의 감나무가 보입니다.
가끔 새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면
어떤 때는 까치가, 어떤 때는 참새가 와서 매달려 있는 감을 쪼아 먹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참새였습니다.
참새는 감이 달린 바로 아래의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감이 참새의 키(?)보다 조금 높이 있습니다.
참새는 앉아 있는 나뭇가지 아래에서 폴짝 뛰어,
감에 닿습니다.
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폴짝 뛰어 감을 쪼아 먹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한 마리의 참새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미치도록 귀여웠습니다.
'아, 이래서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구나!'
참새에게 마음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온 세상에 마음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은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강렬하게 느끼는 순간입니다.
사랑을 잘 모르지만,
그 순간은 제가 사람을, 생명체를, 삶을,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습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나는 햇볕은 비스듬히 벽을 타고 내려와 마룻바닥에서 최대의 크기가 되었다가 맞은 편 벽을 타고 창밖으로 나갑니다. 길어야 두 시간이었고 가장 클 때가 신문지 크기였습니다. 신문지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습니다. 내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햇볕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겨울 독방의 햇볕은 내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였고 생명 그 자체였습니다. (주1)
수용소에서 일할 때도 우리는 종종 옆에서 일하는 동료의 눈을 돌려 바바리아 숲의 키 큰 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게 했다. 그 숲은 우리가 대규모 비밀 군수품 제조 공장을 짓는 데 동원됐던 바로 그 숲이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 바닥에 앉아 수프 그릇을 들고 있는 우리에게 동료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러더니 점호장으로 가서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보라는 것이었다. 밖에 나가서 우리는 서쪽에 빛나고 있는, 짙은 청색에서 핏빛으로 끊임없이 이색과 모양이 변하는 구름으로 살아 숨 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진흙 바닥에 패인 웅덩이에 비친 하늘의 빛나는 풍경이 잿빛으로 지어진 우리의 초라한 임시 막사와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중략)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주2)
주1> 신영복, 담론.
주2>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되세요!
[아라의 연재글]
월, 금: 5시, 책이 나를 깨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swakemeup
수: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1 https://brunch.co.kr/brunchbook/rewrite-being20
목: 가르치지 않는 교육 https://brunch.co.kr/brunchbook/uneducated
일: 나의 일, 나의 삶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islife
[아라의 연재 완료 브런치북]
어른이 다녀보았습니다. 공동육아 https://brunch.co.kr/brunchbook/communitas
어쩌다 며느리, C급 며느리 https://brunch.co.kr/brunchbook/mysecond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