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위안
캠핑장 아침의 개운함
캠핑장에서 가장 귀찮은 일은 텐트를 치고 걷는 일입니다. 해변용 원터치 텐트는 써봤지만, 며칠 야영을 하려면 육중한 텐트를 가져갑니다. 알루미늄 살을 펼치고 텐트 천을 고정하고 말뚝에 걸어 땅에 단단히 박습니다. 야영이 끝나는 아침에 다시 역순으로 텐트를 걷고 말끔히 정리하는 일이 귀찮죠. 그런데도 캠핑의 매력 중 하나는 짐 정리 한 후 자전거에 싣고 캠핑장을 빠져나오는 아침의 개운함과 싱그러움입니다. 귀찮은 일을 해치운 후 계산까지 끝내고 캠핑장 입구를 나와 숲길을 달리는 상쾌함!!은 여행이 끝난다는 시원섭섭함이기도 합니다. 무거운 텐트와 장비 짐 하중 덕분에 내 자전거는 내리막길을 짜릿하게 질주합니다.
아침 환기 의식
교외로 이사 온 후 아침마다 10분씩 환기하는 시간을 즐기게 됐습니다. 모든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이불 통풍을 하고 베란다에 나가 화분을 점검합니다. 빽빽하고 키 큰 전나무들, 대각선 이웃집 녹색 언덕, 그 너머 숲에도 잠시 눈길 줍니다. 차가운 바람을 폐에 넣고 운 좋으면 다람쥐 곡예도 봅니다. 밤사이 너무 춥지는 않았는지 로즈마리, 민트, 칠리, 관상용 귤 화분들을 체크하고 들어옵니다. 평일 10분 환기 의식은 어느새 필수 루틴이네요. 늦잠 자는 주말에는 건너뛰기 십상인데,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집 안 환기를 하고 산뜻해합니다. 아침 커피만큼이나 자연 공기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의식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축축한 숲길
숲 산책 필수템은 튼튼하고 편한 장화죠. 정강이 까지는 필요 없어도 발목 방수 장화가 좋습니다. 땀이 차지 않도록 보드라운 기모 안감을 댄 걸로 말이죠. 해가 짧고 가랑비 자주 오는 가을부터는 장화와 방수 점퍼를 갖추고 산책을 나갑니다. 비 온 뒤 질척한 숲길을 걸으며 특유의 짙고 구수한 나무껍질 향을 즐깁니다. 습기 머금은 숲만큼 청량감을 내뿜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늦봄에는 베를린 명이 나물(베어라우흐)을 따기도 합니다. 눈 쌓인 겨울이면 방수 바지, 장갑을 갖추고 단백질 바를 챙겨 좀 먼 산책을 다녀옵니다. 공작새 섬(파우엔 인젤) 선착장까지 40~50분 겨울 숲을 걷습니다. 운이 좋아 햇볕이 나면 호수 앞에서 한참을 멍때리게 됩니다. 호수 중앙을 향해 널빤지로 길게 뻗은 나무다리 끝까지 가서 반짝이는 물비늘을 감상해요. 주머니 손난로를 꼼지락거리며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긴 산책을 다녀온 날은 짜증이 덜 납니다.
주위 자연에 의지하면 가장 손쉽게 위안받고 맘이 채워져요. 물론 다시 텅 비고 고민투성이 일상으로 돌아오지만요. 그래도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숲과 호수가 참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