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노천온천을 경험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다음 일본여행까지 무기한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 들어가서 뽕을 뽑을 생각으로 밥도 든든히 먹고 온천을 향했다.
숙소가 삿포로역 인근이고 온천이 스즈키노역 인근이라 이동만 25분 걸어야 했다.
가는 길에 주변 풍경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는데, 삿포로역은 마치 을지로 같이 회사촌이라 여행객의 여유와 바쁜 직장인이 뒤섞여 묘한 그림을 만들었다.
스즈키노역 뒤편으로 걸어가다 지도에서 보던 길이 나오게 된다. 도시 외곽에 길쭉하게 올라온 호텔 하나 이름도 읽을 수 없는 호텔이지만 생김새와 리뷰사진들을 보고 찾아가야 했다. 이렇게 찾아갈 수 있는 건 다 구글지도 덕분이다. 생김새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게 조금 헷갈린다.
호텔 로비를 지나처 지하로 가면 온천을 결제하고 입장할 수 있다. 한국의 목욕탕처럼 돈을 내고 들어가는 방식인데 말이 통하는 사람은 없다. 이용방법을 설명해 주는 것도 모두 일본어라 그냥 감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번역어플을 실행하기 위해 계속 카메라모드가 켜지게 되었는데 혹시나 사람들이 불편해할까 봐 마음이 쓰여 번역기도 입장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일본 아주머니께서 두리번거리는 나를 몸짓으로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주셔서 슬며시 미소 지으며 따라 했더니 온천이용이 수월해졌다. 내가갔던 호텔 노천온천은 해수로 된 흑탕물 온천이었다.
먼저 목욕탕에서 샤워를 한 후(세면도구 비치되어 있음) 계간을 타고 올라가면 노천탕이 나오는데
노천온천은 지붕이 덮여있어 야외를 볼 수 없다. 소리는 들린다. 남탕과 여탕은 벽으로 가려져 있다.
노천탕에는 커다란 티브이가 있었다. 내용은 모르지만 움직이는 화면이라도 있어 지루함이 조금은 달래졌다.
본전 뽑기를 하기 위해 2시간을 목표로 온천을 했는데 너무 체력이 고갈되어 1시간 10분 정도 이용하고 나왔다.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찬물 뒤집어썼다가 양동이 같은 작은 반신욕탕에 앉았다가 큰 탕에 들어갔다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본전을 뽑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 없다. 목욕탕 치고는 너무 비싼 목욕탕이니까 내 생에 탕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인내와의 싸움이다.
그냥 뜨거운 물에 이렇게 담갔다가 나오면 몸이 상당히 건조해지는데 온천수를 이용하고 나오니 몸이 촉촉했다. 그러나 해수이고 흑탕물 색이라 바로 닦고 나오기 찝찝해서 다시 바디샤워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우리의 피부도 물을 흡수하는 형태로 물을 마시기도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씻어냈지만 나는 1시간 10분 동안 온천을 온몸으로 먹었기 때문에 더욱 건강해졌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