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을 끝내고 오후에는 인터라켄 피르스트를 갔다. 피르스트에 올라서는 내내 행복했다. 얼마나 활짝 웃고 있었는지 광대가 아플 정도였다. '과거에 좋았었지'가 아니라 '지금 행복한 것'을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눈앞의 광경은 마치 부잣집 아이가 가장 좋은 재료로 칠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쩜 이렇게 파랑파랑 초록 초록한 것일까. 피르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해피엔딩을 맞은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지극히 평화롭고 사랑스러웠다. 그 속에서 나는 무한히 자유로웠다.
딱히 전쟁을 치르고 온 것도 아닌데 전정협정이 맺어지고 평화가 오고 난 뒤의 봄 햇살이 이럴까. 그저께 감기몸살이 걸린 것도 아닌데 며칠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볍고 개운한 기분이 이런 걸까. 피르스트는 그곳에 존재해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아니, 숨을 쉬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좋았다. 다만 행복한 건 확실히 알았다.
관용어로 쓰이는 표현들을 체감할 때가 있다. 내게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걸 알게 해 준 장소는 명동이었다. 너무 많이 웃으면 광대가 아프다는 걸 알려준 장소는 유럽의 지붕 알프스가 될 것 같다.
때론 긴장하기도 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처럼 '신나는 긴장감'이었다. 많은 액티비티를 하며 피르스트를 즐겼기 때문이었다. 오를 때는 케이블카, 내려올 때는 플라이어(짚라인), 케이블카, 트로티바이크 등을 이용해 내려왔다. 가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산에 거의 다 내려와서는 트로티바이크를 반납하려는데 동아리 후배를 만났다. 후배를, 그날 우연히, 지하철 2호선 환승역도 아닌 스위스에서, 인터라켄에서 만났다! 인터라켄은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한날한시에 만나다니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 이럴 때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세상 참 좁다!"
스위스는 빅맥 지수(Big Mac index)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가 비싼 나라지만 이곳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왔다. '패러글라이딩, 케이블카, 플라이어, 트로티바이크...' 그리고 여러 카드 중 한 개의 카드 잔고 Zero로 만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