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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Sep 23. 2021

사진은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유럽여행 이야기 스물셋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투어를 하는 날이었다. 머무는 일정은 짧고 욱여넣고 싶은 경험은 많으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한 2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행지를 돌아다녔더니...... 여행의 상징 격인 프랑스 파리에서 몸이 축났다. 파리에 있는 내내 몸이, 어깨가, 머리가 무거웠다.


피로야, 좀만 저리 가 봐봐.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투어를 들으며 중고등학교 때부터 흘려 놓았던 지식들을 줍고 있는 것 같았다'라는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진실은 '이곳은 파리, 아무것도 안 듣겨요 못 듣겨요'였다. (* '듣기다'는 '들리다'의 경상도 방언) 가이드가 설명할 때 꽤 많은 졸음이 왔고 귀는 먹먹했다. 가이드의 설명이 지루해서가 아니라 아픈 학생이 학교에 성실히 출석한 격이었다. 아무래도 파리를 다시 방문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그날 찍은 사진을 보곤 놀랐다. 사진으로 담아온 풍경은 포토그래퍼의 아픔을 전혀 받아내지 않고 있었다. 사진에는 몸살 기운이 없었다. 적어도 아팠다면 좀 흔들리거나 기울기가 맞지 않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진만 찍혀있거나 하지 않았을까. 나는 여전히 찰나를 찍고 구도를 다양히 바꾸며 많은 양의 사진을 소화하고 있었다. 사진이 나를 대신해서 파리의 낭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혹시 나 출장 왔나?' 가이드의 설명이 기억나지 않았을 뿐이지 참 다분히 돌아다녔던 것 같다.


정말 아프고 지칠 때도 그 사람이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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