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이야기 스물넷 @프랑스 파리
페이스북에 유럽여행 계획을 올리니 연락 온 친구가 있었다. 바로 마유나. 마유나는 중국계 프랑스인인데 우리는 이미 한국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녀가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 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찰나의 인연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로 재차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것이 신기해서 쉬지 못했던 유럽여행. 완전히 지쳐있었던 파리에서의 나, 처음으로 '오후에' 숙소를 나서 마유나를 만나러 갔다. 마유나는 나를 위해 자신의 일하는 일정을 조율했고, 파리 외곽 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나를 만나러 파리에 왔다. 그러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프랑스 가정식 식당에 가서 점심도 사주고 마카롱도 사줬다. 마유나와 동행하는 내내 '여기가 파리인지, 이태원인지' 하는 농담을 하면서 정말 마음 놓고 편하게 여행했다. 지하철 2호선 파리 역에서 만난 것 같았다. 해외에서 아는 현지인을 만난다는 건 여행자에게 그만큼 안정감을 준다.
"시간 내줘서 고마워, 마유나!"
마유나는 나를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까지 안내한 뒤 파리에 있는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나는 혼자 일정으로 에펠탑에 한번 더 가봤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에 에펠탑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 파리에 머무는 내내 신기했다. TV로만 보던 연예인을 시간만 내면 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럼 자주 보러 가야 하지 않는가.
유럽여행에서는 세계 3대 OO를 찾거나 도심 가장 위로 오르는 게 일관된 패턴이었다. 파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TV에서, 인터넷에서, 파리의 멀리서, 며칠 전에는 바로 밑에서 바라봤던 에펠탑을 올라보기로 했다. 에펠탑을 오르는 방법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방법, 계단을 오르는 방법이 있었다. 어딘가를 어렵게 도착할 때 주는 환희가 더 크다고 믿는다. 기왕이면 어렵게 가자. 나는 처음부터 계단을 이용해 파리 하늘로 향했다.
파리는 계획을 가지고 세운 도시인 것이 위에서 내려다보니 더욱 선연히 다가왔다. 거리가 직선으로 뚫려 있고, 높이가 낮은 건물들 덕에 시야가 트여 있었다. 역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서울 시내의 모습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공공의 풍경을 위해 삐쭉빼쭉 '내가 더 높다고, 내가 더 반짝이고 현대적이라고' 티를 내고 싶은 마음들이 자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높이는 모두 에펠탑에 양보하고, 건물들은 클래식하게 치장을 해두었다. 유럽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라지만 도시미관을 위해서는 세계 어느 대륙보다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합심한 것 같았다. '세상에, 잠깐만...'
"나는 지금 여행의 상징 에펠탑에 올라와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