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걸었던 야경투어

유럽여행 이야기 서른여덟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알아주다

내가 신청한 가우디 투어는, 낮 투어에 참여한 사람에 한해 저녁 야경투어도 무료로 진행해주고 있었다. 여행지의 아침, 낮과 밤, 이 모든 것이 궁금한 나는 당연히 야경투어에도 참석했다. 피곤하고 피곤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도시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어 뭐든 필참이었다.


약속 장소에서 가이드와 만났다. 낮을 담당했던 가이드와 다른 분이었는데 다정한 인상을 주었다. 첫 시작은 바르셀로나에서 촬영했던 영화를 언급하면서 장소를 이동했다. 영화 <향수>의 촬영지가 연이어 나왔고 손님들에게 나눠준 수신기에는 영화 O.S.T가 흘러나왔다. O.S.T는 꽤 음산한 분위기를 냈는데 이에 가이드도 귀신이 나올 듯이 속삭이며 영화 내용과 장소를 설명했다. 그 말투에 너무 몰입이 돼서 <향수> 촬영지를 지나갈 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렇게 장소마다 말하는 '톤'을 달리하는 가이드의 설명이 너무나 좋았다. 이 도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했다.

가이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는 누구라도 순식간에 정이 들 것 같은 다정한 말투로 목소리를 바꿔 말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인도 위에서는 해준 이야기가 꼭 그랬다. 자기가 바르셀로나에 처음 여행 왔을 때 여행 메이트와 다툰 일이 있었는데 이 횡단보도에서 화해하고 풀었다는 얘기였다. "여러분도 여행하면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오랜 시간 붙어 있어서 그런 거니 좋게 생각하셨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얘기는 다름 아닌 나와 내 동행의 이야기기도 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좀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동행인 친구도 이심전심이었으리라...... 선선한 공기만큼이나 기분 좋은 밤이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다 보니 낮에 보지 않던 것들을 볼 수도 있게 됐다. 이를 테면 조명을 받은 동상이 건물에 그림자를 만든 모습이라던가,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을 만나러 왔던 계단을 놓치지 않고 걷는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이 고마운 가이드가 마지막에 데려다준 곳은 카탈로니아 미술관이었다. 그날이 무슨 날이라서 세상의 모든 바이크족들이 죄다 그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바평선(bi平線)이 안 보일 정도로 많았다. 그 바이크 족을 앞질러서 조금 가니 몬주익 분수쇼가 보였다. 스케일이 커 환상 속에 온 것 같았다. 라스베이거스를 가본 적도 없으면서, 미디어에서 본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분수쇼가 생각났다. (나에게 '라스베이거스 = 분수쇼'인 모양이다.) 분수쇼가 열리는 날은 한정돼 있는데 내가 머문 날에 분수쇼가 열린 건 또 행운이라고 느꼈다.


이 환상이 끝나고 들뜬 맘으로 숙소로 돌아가는데 밤이 밝고 활발했다. 그간 지나온 유럽의 밤들은 조용하고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바르셀로나의 밤은 한국과 닮아 활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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