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은 인간은 다시 살아간다

유럽여행 이야기 마흔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알아주다

바닷가를 가볼 참이었다. 숙소 사장님은 누드 비치랑 일반 비치가 있는데 바르셀로네타 해변은 일반 비치라며 추천을 해주셨다. 하지만 실제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도착했을 때 해수욕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홀랑 벗고들 계셨다. '으악, 내 눈!!!' 문화 충격이었다. 사진 촬영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나였지만 이곳에서는 죄짓는 기분이 들어 그만 했다.


저녁에는 며칠 전에 예매해둔 클래식 기타 콘서트장에 갔다. 여기도 성당에서 하는 것이었다. 여행하는 내내 거리에서 기타 치는 사람이 많아서 클래식 기타 연주가 취미인 나도 손이 근질근질거렸는데... 이번엔 제대로 들어보려 왔다. 연주자는 만들어진 시기가 다른 3대의 기타로 연주를 했는데 확실히 기타가 커질수록 울림이 컸다. 공연 중간 내 앞자리에 넋 나간 듯이 연주를 듣는 유럽 청년을 발견했다. 그 친구는 목을 쭈욱 빼놓고 미소 지으며 감상했다. 그렇게 빠져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한다는 감정은 귀한 거니까' 연주 주법은 줄 2~3개 잡아놓고 하는, 처음 보는 주법이 있어서 새로웠지만 왜인지 피렌체 거리 음악가가 생각났다. 그분이 내게는 정식으로 하는 연주회 기타리스트보다 더 감동적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난 기타라는 악기를 좋아하니 그것만으로도 풍부해진 밤이었다.



밤에 숙소로 돌아오면 일이 끝난 숙소 사장님과 얘기를 하곤 했다. 이날도 그랬다. 그분이 해주신 좋은 말씀들이 생각난다. 나는 처음 발 들인 사회생활을 잘 못했다고 아직도 두렵다고 말했다. 그 부분은 여행이 끝나고 다시 직시해야 할 일이었기에 처음 본 사람에게도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 고민이었다. 그 민박집 사장님이 "처음에 적응이 느린 사람 있고 빠른 사람이 있는데 처음에는 빠른 사람이 잘하는 것 같지만 느린 사람이 느끼는 깊이 있음은 빠른 사람이 못 따라간다며, 느린 사람의 장점은 나중에 꼭 드러나니까 적응 빠른 사람이랑 비교하지 말고 사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해주셨다. 그것 말고도 이제 여행 시작했으니까 젊었을 때 여행 더 많이 다니라는 얘기도 해주셨다. 사회라는 게 무섭고 아주 이질적으로 느꼈던 시절, 숙소 사장님이 좋은 얘기 많이 해주신 게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그런 격려가 필요했다.


'위로받지 못한 인간은 죽는다'는 말이 있다. 사회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단 하나의 회사를 다니고 그곳이 온 기준이었던 때, 모든 것이 내 탓, 자주 눈물을 보이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 그런데 유럽여행에 와서 사람들의 미소, 친절, 진득한 대화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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