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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슬픔의 바램

행복과 슬픔의 관계

by 작은나무

12월 25일이라는 행복을 두고

12월은 은은한 행복으로 넘실거렸다.


반짝이는 트리

손에 들린 케잌 상자와 선물보따리

곳곳에 수많은 산타할아버지들


형형색색 트리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케잌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메리크리스마스‘

인사로 행복을 나눈 우리들.


연말을 앞둔 지금

우리는 지나간 행복을 뒤로한 채

모두가 손을 잡은 것처럼

슬픔을 나누고 있다.


무안공항에서의 누군가들은

유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사건을 수습하며

슬픔을 함께 견디고

누군가는 공항 카페의 선결제를 통해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한다.


TV와 유튜브에서는

줄줄이 연말 행사들을 취소하고

예정된 영상들은 마치 약속된 것처럼

줄줄이 연기하며

TV와 영상 속 우리들은 검정 옷으로 무장한 채

슬픔에 동참하는


카톡엔 검정리본과 하얀 꽃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새겨진 문구와 함께


우리는 지금

슬픔을 함께 하는 중.


기쁨은 함께하면 두 배가 된다는데

슬픔은 함께하면

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슬픔 한 방울씩

스포이드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남김없이 나누어 슬픔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과 슬픔은

실과 바늘의 사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맞나 보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행복하길 바랐는데

어느새 슬픔은 자신을 잊어버렸기라도 한 것처럼

괘씸한 듯 당당히 우리 앞에 전신을 드러낸다.


내가 감히

경험해 보지 못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슬픔을 내보이며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슬픔이라는 어쩔 수 없는 존재의 유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감당할 수 없는 누군가들의 큰 슬픔을

각자의 슬픔으로 데려와

나만의 방식으로 함께 나누는 것.


이 작은 슬픔의 나눔 나눔들이

큰 슬픔을 견뎌주었으면 하는

우리들의 작은 바램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과 같은

행복과 슬픔의 관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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