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어색한 어버이날

by 윤목

가정의 달이었던 5월의 초 나에게는 여느 해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어버이 날이었다. 엄마 아빠한테 축하드린다며 실컷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아침 일찍부터 건넨 인사에 아빠는 꼭두새벽부터 인사라며 놀라워했고. 엄마는 아직 케이크에 불도 안 붙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축하도 드렸겠다. 숙제를 끝낸 듯 한 마음의 나는 세상의 둘도 없는 한량의 모습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PM.o8:00

"카톡"

"카톡"

"카톡"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한창의 시간, 연달아 카톡이 울려댔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할 이야기가 있다면 한 번에 길게 보내면 될 일을 구태여 여러 번에 나누어 연달아 보낸단 말인가. 고요한 저녁 시간의 적막을 깨울 이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청객의 방해받은 나는 순식간에 평온함에서 불쾌감으로 휩싸였다.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진 나는 짜증 섞인 얼굴로 폰을 집어 들었다.


'눈물이 나네!'


엄마로부터 온 카톡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는 엄마의 카톡에 무슨 일이나도 난 줄 알았던 나는 황급히 카톡을 켰다. 앞의 내용들을 보기 위해서. 더는 나의 평온한 저녁의 시간이 방해받았다거나 불쾌했다는 따위의 감정은 감히 갖다 댈 수도 없었다.


'아들도 보고 잡고!'

'외할머니도 보고 잡고!'


앞선 두 개의 카톡 내용을 확인 한 나는 가슴 한편이 져며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카톡의 내용. 나는 답장을 보내는 대신 할 말을 잃은 채 잠시 핸드폰을 덮어 두었다. 참 이기적인 자식이었다. 나에게 이번 올해의 어버이날은 이제까지 와 별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했다.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허한 어버이날을 보내게 되었을 텐데 말이다.


코로나로 골머리를 앓아 누구보다도 외로웠었을 작년 여름의 날이었다. 아흔 살을 막 넘은 외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었고 조금이라도 지체하지 않고 나는 ktx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안 그래도 혼자 지내고 계셨던 외할머니의 쓸쓸한 죽음을 보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외할머니의 장례 시작에는 많은 이들의 조문이 끊이질 않았었다.


엄마는 그렇게 1년 전 엄마를 잃었다. 그랬다. 매년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하면 전화로라도 잘 지내고 계신지 꾸준히 외할머니의 건강을 챙기던 엄마는 작년 어버이날을 마지막으로 더는 그 의무적이고도 사랑 가득한 표현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공허했을 엄마의 어버이날을 나는 다만 고맙다, 사랑한다는 의무감 가득한 말로 넘기려 들었었다.


잠시 엄마와 외할머니의 이별의 시간을 되돌려 본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오래간만에 엄마한테 길고도 예쁜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외할머니도 엄마 엄청 보고 싶어 하실 거지만. 엄마가 할머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예쁜 막내딸이 편안하길 바라고 계실 거예요! 그러니까 그 마음 기도하면 분명 들으실 거예요'


채 정리되지 못한 문장. 그래서 더더욱 나의 위로가 엄마한테 가 닿았을까. 예쁘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며 정성 어린 카톡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보다 일찍 먼저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엄마는 저녁 늦게까지 외할머니의 빈자리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하루를 보다 짧게 보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버이날, 어린이날 어린이날 나의 즐거움을 위해 엄마 아빠는 최대한 노력하여 시간을 냈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줬었다. 정작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그저 고맙다는 말, 문자, 선물 보내 놓고 의무를 다했다는 안도감의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다음 어버이날은 분명 사랑으로 가득 찬 어버이날을 만들 수 있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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