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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목 Oct 20. 2021

2021.10.19 목요일


 2021.10.19 화요일



  오늘의 날씨는 제법 가을 같았다. 겁도 없이 반팔에 얇은 코트를 입은 나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몇일간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가 싶었던 가을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거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가을을 만끽하는 옷차림이다. 트렌치코트, 스카프, 롱 가디건… 쌀쌀함을 즐기는 이들은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맞이하는 가을바람에 잠시 웅크리지만 이내 옷깃을 여미고 웃으며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다들 잃어 버릴 때가 되어서야 가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 - -



  최근 몇 주간 수업을 나갈때면 늘 800페이지의 책을 들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에서 이동하며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여지없이 가지고 나왔다. 오늘은 왠지 웹툰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왼손에는 책을, 오른손에는 웹툰을 켰다. 등 뒤엔 분명 책이 들어가고도 남을 넉넉할 가방을 메고 있으면서도 굳이 책을 들고 플랫폼에 들어섰다. 폰을 들고 고개를 내려보자 가증스런 스스로의 모습이 보인다.


  책을 넣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가방에 넣기 귀찮아 그랬다는 변명은 할 수가 없다.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정리 할 때 부터 웹툰을 보며 집에 가기로 했으니까. 그저 대학 신입생의 시절 전공 서적을 들고다니던 때와 마찬가지로 책 읽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허영심을 부리고 싶었으리라. 모두가 폰을 보는 지하철에서 나는 적어도 책을 읽을 줄은 아는 사람이라고 그 소리없는 외침을 보이고 싶었나 보다. 이런 마음이 부끄러운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싶었나 보다’ 라는 서술은 책임을 회피하기 딱 좋은 문장 이니 ‘싶었다’ 라는 보다 사실적인 서술을 해야한다.


- - -



  환절기라 그런지 목이 좋지 않아 호올스를 두개 정도 입에 넣은 채 지하철에 올랐다. 텅 비어있던 지하철에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고 내 옆에도 누군가들이 앉았다. 반 정거장 정도를 지났을 때 호올스의 그 청량함을 머금은 침을 잘못 삼키어졌다. 목이 간지러워 지고 재채기가 나올 듯 했다. 그러나 나는 온갖 힘을 써서 참았다. 누군지 모를 누군가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새어나오는 몇번의 기침까지 멎게 할 수는 없었다.


“저 코로나 아니에요. 사탕을 잘못 먹었어요.”


  외치고 싶었다. 참으로 구질구질하고 볼품없는 변명이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말 역시 참아냈다. 나는 이름도 목소리도 얼굴도 모르는 그들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최선을 하고 있었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침 한 두번을 뱉어냈어도 삼켜낸 수십번의 기침에 나의 얼굴엔 열이 올라왔고 머리는 충분히 지끈거리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노력과 배려는 낯선이에게 베푸는 매너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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