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가 왔다. 분명 어제 택배를 잘 받았다고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틀 연속 전화라니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떨리는 손으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
“어제 통화를 길게 못해서~”
이런, 어제 전화를 십분 밖에 하지 못해서 이십분을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반찬은 해 놓은 것은 있는지. 요즘 같은 시국이 내가 집에서 밥을 해 먹어서 마음이 놓인다는 둥 잔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들 중 하나라도 안하게 되는 날엔 잔소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통화 내용들이 오갔다. 혼자만 먹지 말고 엄마한테도 와서 밥좀 해 달라신다.
“아들이 우리가 이렇게 감을 하나 하나 깎아 보내는 마음을 지금 알까? 죽은 다음에야 알려나?”
엄마가 전한 아빠의 말. 딱히 지금 당장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슬픈 이야기라며 엄마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그런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를 잡고자 나는 늘 그렇듯 짜증을 낸다. 알고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며. 순간 어제 적었던 일기의 내용이 아른거린다. 그러는 엄마 아빠는 내가 자꾸 투정부리는 이유를 알까. 이번엔 내 목소리의 진동수가 잦아지려 들었다. 간신히 붙잡았다.
정년을 앞둔 아빠와 나는 서로 알게 된지 31년이 되었다. 서로가 닮았음을 그 누가 말해서가 아니라 이미 서로 알고 있었다. 웃는 모습, 말투, 하물며 운전하는 자세까지 모두 나는 아빠의 것들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존재였고 아빠는 그런 내게 척도를 제시하는 관계다. 사실 우리 두 남자는 허심탄회 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 놓은 적이 없다. 둘 중 한명이 시작하는 농담 그리고 끝은 멋쩍은 웃음. 소개팅 나온 남녀도 아니면서 그렇게 수줍은 대화들만 시덥지 않게 나누는 대화가 우리 둘의 전부다.
내가 적어 내렸던 어제의 글들을 엄마와 아빠에게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내가 거둬들이지 못한 벽들이 있기 때문에. 그 벽을 거둬들인 후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서로의 관계가 흘러가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31년동안 그 벽을 견고히 만들어 오고 있다. 미안하지만 아빠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 않을까. 내가 아빠의 마음을 짐작하듯 아빠도 나의 마음을 잘 짐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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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잠에 들기전 우리는 유튜브에서 김치전 먹방을 보았다. 새벽 세시에 보는 먹방은 위험하다. 그냥 외국인들이 맛있게 먹길래 무심코 본 영상인데 자꾸만 손이 나도 모르게 배달 어플을 켜 댄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장바구니에 해물 김치전과 해물 파전이 담겨 있다. 장바구니에 담긴 목록은 그 뿐만이 아니다. 기름진걸 먹으면 자연스레 탄산이 당길 것을 손은 이미 알고 있었나 콜라까지 완벽한 3박자를 갖추어 놓았다.
쉬는날인 오늘 아침 나의 머리는 쉬지 않는다. 온전히 김치전을 해 먹을 생각에 무슨 재료는 살지 냉장고에 있는 여러 김치 중 어떤 아이를 꺼내어 먹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그냥 김치전은 왠지 모를 삼삼함이 가득할 것만 같아 어떤 해물을 넣을지 고민된다. 오징어와 새우를 넣은 해물 김치전을 만들어보자.
냉동 오징어와 칵테일 새우를 주문했다. 시간이 조금 촉박한 만큼 온수로 해동 해 주었다. 그러나 여기서 또다시 나의 건망증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냉동 새우는 해동을 안시킨 것. 자그마한 새우라 괜찮겠거니 싶어 그대로 김치 부침개 반죽 안으로 투하했다. 나중에 이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 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생각보다 물과 밀가루의 비율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처음 알았다. 해동하지 않은 새우가 반죽 안에서 해동 되면서 반죽이 점점 묽어졌다. 어쩐지 한장 한장 부치는 김치전이 늘어갈 때마다 점점 점성이 떨어지더라니. 밀가루 무한리필집을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