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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Aug 28. 2022

22.04.04.

짧담 : 브런치 오리지널



5층짜리 주공아파트 마당엔

쑥이고 민들레고 멋대로 자랐고

강아지풀이 가슴팍까지 오던 시절에

신발을 더럽혔다 혼나고

젖은 머리 마르는 동안 마루에 노을이 들면

그림자는 나비가 됐다가 꽃게가 됐다가

짝다리 밥상에 둘러앉으면

다리가 걸린다며 또 형과 싸우고

그때는 아빠가 무서웠지 쓰읍 하면 눈치를 보고

삐죽 나온 입으로 밥을 먹었다

근데 나는 담배가 더 싫어서

베란다 문을 걸었는데 아빠는 가만히 있었다

그 뒤로 집에선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고

보건 조사엔 집에 흡연자가 없다고 적었다


하루에 세 문장쯤 말하던 때에

우리 가족은 20층 아파트에 살았고

나를 데려다주시며

아버지는 먼저 올라가라 하시고

주차장 뒤편으로 사라지셨다

어머닌 이때만 냄새가 올라온다며 창문을 닫으시고

나는 방문을 닫고 가방을 풀었다


언제 배웠는지 기억나지 않는 담배를 물고

굴러다니던 라이터를 들고 나서다

뭐 하고 지내냐는 전화가 와서

늘 그렇지 뭐, 둘러대고 불을 댔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뭘 잊어버렸는데, 잃어버린 건가?

어차피 이제 혼나지 않아

자취방 뒷골목엔 꽁초가 구르고

가슴팍 높이 담벼락에 빨간 금연 스티커



  

  


[짧담] :젊은 건축잡지《잡담》의 브런치 오리지널 콘텐츠

WRITTEN BY

프로잡담러 T | 김준우 | agk12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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